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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세컨 하우스

<손순옥 객원기자>의 STORY 완도 1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30 13:23
  • 수정 2017.09.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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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옥 객원기자.

 두 달 전 읍내 비석거리(지금은 주도길)에 헌 집 하나를 장만했다.
세컨 하우스.(주말 집)

요즘 도시인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세컨 하우스는 살고 있는 집을 줄여서라도 갖고 싶은 꿈이다. 그래서인지 도시 주거형태도 다양화 되고 있다. 타운 하우스라 하여 도심에 단층 또는 복층 형태의 전원주택이 유행이다.

편리하지만 더 이상 삭막한 아파트 주거문화에서 온전한 휴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뭐든지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정신이 없이 흘러간다. 여러 곳의 학원을 다니는 초등생, 밤 12시 다되어야 집에 돌아오는 입시생, 회사원, 죄다 하루라는 톱니바퀴에 물려 도시는 분주한 사람들로 쉼 없이 돌아간다.

그래서일까? 느릿느릿해도 괜찮은 그런 곳에서 하루라도 좋으니 푹 쉬고 싶은 것이다. 굳이 바쁘지 않아도 되고, 아무 때나 늘어지게 자고, 뭘 잘못해도 호통 받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엄마 품 같은 시골에서의 휴식이 그리운 것이다.

여기에 TV도 한 몫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삼시 세끼 직접 해결해 가는 일상의 소소함을 소재로 하는 방송들이 최고 인기다. 예전 같으면 방송거리 축에도 못 낄 법한 소재들이 인기 프로그램이 된다. 이런 현상은 아마 바쁜 현대인들의 욕구를 대리만족 시켜주기에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최근 KBS 인간극장에서 완도의 충도, 죽굴도가 나왔다. 완도가 고향이면서도 나는 이 섬들이 생소하다. 내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반가워 한 편도 거르지 않고 봤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완도 무명의 섬들이 뜨는 이유도 아마 좀 더 한적하고 자연적인 곳을 찾고자 하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몇 년 전부터 내게는 작은 꿈이 하나 생겼다. 고향에 주말 하우스 하나 장만하는 거. 그 꿈이 현실이 되었고, 엊그제 읍사무소에 전입신고를 마쳤다.
중학교 졸업하고 주소를 옮겨 가 이제 다시 왔으니 40년만이다.
주도가 내려다보이고, 제주배 떠나는 기적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는 비석거리.

비석거리는 내가 뛰어놀던 내천꼬랑(또랑)에 이어 짙은 추억의 거리다. 선창에 엄마의 심부름으로 자주 오갔던 곳이다. 가끔은 노란 양은 주전자 들고 막걸리 심부름으로 오갔던, 길목마다 어린시절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높은 계단을 오를라 치면 중간에 몇 번은 쉬어야 할 만큼 과장되게 말하면 하늘이 더 가까운 산 밑에 달동네였다. 셀 수 없이 긴 계단을 오르면서 주전자 뚜겅에 몰래 막걸리 훔쳐 마시곤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비좁은 동네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몇 채 안된 것 같은데 사람이 많이도 살았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어른 홀로 사는 집들과 헐렁한 빈 집 만이 공허하게 선창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멈춰버린 옛 동네와 도시화 된 아래 시가지가 씁쓸하게 대비된다. 다만 어마어마하게 자란 팽나무만이 무심하게 지켜 서 있다.

읍내에는 두 곳에 오래된 팽나무가 있다. 군청 앞과 비석거리 한가운데. 읍내 사람이라면 이 팽나무를 모른다면 간첩으로 간주되지 싶다. 그 중 비석거리 팽나무 옆 전망 좋은 나의 세컨 하우스. 그곳에서 풍성한 올 가을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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