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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벗어낼 때 그때야 보이는 것들은...

[완도의 자생 식물] 16. 신부추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09.30 13:13
  • 수정 2017.09.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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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추.


산 너머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매일 해가 뜨고 보름에 둥근 달이 환하게 비쳐 오면 산 너머 마을로 가고 싶어진다. 그런 그리움이 살아오면서 많이 없어졌다. 나이를 먹으며 따라 고운 마음도 없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매일 부딪치는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것을 잘못 받아들이면 스스로 인생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내심 원칙을 세운다.

미리 판단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어릴 날에 순수했던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산 너머 사람들은 다 아름답게만 여겼다. 새가 울고 꽃이 피면 산 너머 산에는 지상 천국으로 생각했다.

그때는 여러 꽃들이 피어 있는 줄 알았지 굳이 야생화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가 좋은 세상이었기에 이름 없는 들꽃으로 여겼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산 너머 산마을을 바로 볼 수 있다. 예전처럼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보는 즉시 판단해버린다.

이런 습관이 문화적 환경에도 즉흥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문명사회라고 할지라도 사유하지 않는 사회는 지속할 수가 없다. 그런 까닭에 산 너머 산골짜기에 산부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속에 한 야생화를 지속으로 생각게 하는 데에는 오르지 내 마음을 다시 찾고자 해서이다. 어린 날에 둥근달이 뜰 때는 산속에 산부추가 감히 있다고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세월에 따라 찾아온다.

산에서도 부추 냄새가 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놀랐다. 왜 산에서 두메부추를 찾았을까. 집에서 기르는 부추를 솔이라고 불렀다. 실제 솔잎처럼 가늘고 짧았다. 텃밭에서 솔 냄새가 나면 어머니 품처럼 아늑해진다. 산부추의 꽃은 집 부추와 비슷하다.

잎이나 꽃잎은 대의 잎처럼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한 모양이다. 가을에 용담꽃과 산부추꽃이 잘 어울려 핀다. 산길에서 조금만 관심을 두면 분명 나타난다. 아궁이에서 타고 남은 재를 뿌려야 부추가 잘 자란다. 부추는 집안 부엌에서 출발하여 어머니 텃밭을 지나 산으로 올랐다.

세월은 이렇게 흘러 산부추 앞에 섰다. 내가 산부추를 찾은 것인지 아니면 부추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그건 알 수가 없다. 그동안 거추장스러운 것을 다 벗어야 한다고. 화려한 문명의 신발을 신고 간다고 가벼울 순 없다고. 아직도 먼 길을 하니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그래야 오롯이 내 마음의 길에서 산사람과 만날 수 있다고. 오늘도 내 안에서는 새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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