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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낯선 형용사 하나, 소로를 낸다

[가을특집]가을, 완도 그리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18 10:41
  • 수정 2017.09.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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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고은 시인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라고 했다.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지는 가을날.
아직은 노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지만 군민이 추천하는 완도의 가을을 소개한다.

 

* 군외면 황진리 앞바다의 붉은노을


프러시안 블루가 푸르딩딩 가을을 담는다. 땅거미지는 그 중간을 뚝 자른 자동차들의 소음이 빗소리를 입고 지근지근 가슴을 에인 채  "그래, 네가 원한다면 내가 네게 입힌 상처를 모조리 가져 오리다"
"꺼져가는 너의 마지막 숨에 내 숨을 불어 넣어 주리다"
말의 흔적이 난무한 시간, 법의 제재는 이분법적인 잣대도 없이 누군가에겐 가기도 누군가에겐 오기도 한다.
표준없는 시간의 중량에 허물어진 흐름은 이내 곡조를 잃고 내 귀를 피우던 음향은 찢겨진채 너덜거린다.
"그래!...  원한다면 꺼내주리라! 내 비록 원치 않는다 해도 원한다면 반드시 그리 하리라..."
가을 섶 앞자락을 조우하던 침윤의 여백.
어조를 잃고 어지러이 뼈를 묻는 언어들, 이물질로 기생하여 부유하는 기저에 흔들리는 존재의 이유, 초라해진 호흡과 몸진 단발의 고통...
아!~ 어찌하여 기억을 담은 가슴은 망각이란 매질을 겸비치 못 했는가!
곰삭이지 못해 설 익은 미(味)친 소리. 멎을수 없던 연록으로 대책없이 묻어 오던 그대, 서녘 하늘 끓어 넘칠듯 웅장하게 퍼질러 대던 붉은 핏덩이 범벅지듯 침묵으로 묻혀버린 비명. 소리없이 내려지던 각혈진 마음의 비상구로 흘러 내리는 뜨거운 눈물.
그저 내 한몸 덩치큰 쏘시게 되어 무형의 산화를 원하던 때!
 


 넘어내기 힘든 시절의 턱이란...
 세상이 온통 발효된 알콜 빙자하여 인용구를 녹여내던 그 절창의 순간이 숨가삐 저려온다.
뒤틀린 창자, 상처진 생살의 쓰라림.
무엇일까!
무엇이 한뼘만한 이 가슴 안에 헤아릴수 없어 응시할수 없던 너를 담고 천형으로 이어질까!
겨드랑 밑 세포 날 세우듯 숨어 든 틈새바람 하나 이 시렵도록 눈부시게 푸르르던 은파의 자지러짐이 고개 돌리는 족족 마다 코끝 움찔이는 너의 내음이 그리 성성 하거늘
격(隔) 허기로움...
고착 된 잔상 여저기 뒤져 본 선연한 흔적들. 닫아 걸자 닫아 걸자 감아버린 눈 자위 속 철렁거리고 출렁이여서...
멈칫 돌려진 신발 코는 힘을 잃는다.
절(絶)치 못한 구름 한 뎅이처럼
"보고싶어..."
슬프고 낯선 형용사 하나가 가슴 골 안으로 소로를 낸다.
가을이어서... 누군가 들 에게도 하나쯤은... 죽을만큼 힘들던 그래서 가슴 한쪽 고이 봉인된 얘기들 그 시간 속 내 한 동안이 세련된 문장들 사이에서 헤매듯 할 것이다.
콧잔등을 넘어온 시큰한 눈물은 입에 문 서너알의 석류알 땜 이라고 절제도 조율도 숨 쉴수 있는 남루한 이유 그래서 다만 숨을 쉬어야 해...
 

정순자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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