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서민들의 억울함에는

[완도 시론]박준영 /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17 22:00
  • 수정 2017.09.17 22:0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영 / 변호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만기출소하고 억울한 옥살이가 최근 이슈화됐다. 내용이 궁금해서 판결문을 봤습니다. 정치적인 입장을 달리하는 언론이라 하더라도 증거를 통해 드러난 사건의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인용합니다.

-한만호 9억 뇌물 사건은 ‘돈 줬다는 사람 마저 진술을 번복’했는데, 2심에 유죄가 나왔죠. 결과적으로 ‘한명숙 대응 전술’이 먹혀 들어가지 않은 셈인데요. 일부 네티즌은 “아무런 증거 없이 오직 진술로 유죄가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인가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한만호 사건은 객관적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자금 조성 내역을 뒷받침하는 금융자료, 자금을 담아 운반했다는 여행용 가방 구입 영수증, 무엇보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이 2009년 2월 지급한 전세금 잔금 1억 8900만원 중에 한만호씨가 발행한 1억원 수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일면식 없던 한만호씨 발행 수표를 쓴 걸 보면 뇌물 수수 혐의가 입증 된다고 본 겁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이 ‘1억 수표’ 증거를 억지로 끼워 맞췄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한 전 총리 동생이 개인적으로 빌린 돈일 뿐이며, 추적 가능한 수표를 뇌물로 주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는 주장은 법원에서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요.

“1억 수표의 증명력은 그만큼 강력했습니다. 한만호씨는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입장을 1심에서 돌연 ‘돈을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모씨에게 빌려줬다’고 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동생이 비서 김씨에게 전세자금을 빌렸다가 갚았다’고 했고요. 즉, 한만호→비서 김씨→한 전 총리 동생으로 수표가 흘러간 셈이라며 개인적 채무관계일 뿐이라고 한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평소 금전거래가 없던 ‘한만호와 비서 김씨’ 사이에 변제 기일과 이자 약정도 없이 억 단위 금전 거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점은 무죄 판결을 한 1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김씨와 한 전 총리 동생’ 간의 거래도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즉, 한 전 총리 여동생에게 건너 간 한만호씨 수표의 행적에 대해 한 전 총리측은 여러 경로를 들어 변명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불법 정치자금으로 추적가능한 수표를 줬을 리 없다’는 주장도 역부족이었습니다.”

한만호씨가 2010년 3월부터 그해 말까지 70회 이상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실제 조서로 작성된 것은 5회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수사에서 어떤 조사를 받았고 그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밀실 수사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3억 원 부분은 대법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유죄로 봤습니다. 6억 부분의 의견이 8(유죄):5(무죄)로 엇갈렸습니다.

이런 사건을 두고 ‘전부 무죄’를 전제로 ‘억울한 옥살이’를 주장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법개혁과 연계시키는 것도 무리라 생각합니다. 삼례, 익산 사건의 경우 진범이 따로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해결과정에서 정치인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서민들의 억울함에도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같은 관심을 주셨으면 합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여러 의미 있는 활동을 부정하거나 폄하할 의도는 조금도 없습니다. 민주화 활동 등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여당의원들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