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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총 완도지회 창립에 즈음하여

[완도 시론]배철지 / 시인. 향토사학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04 09:27
  • 수정 2017.09.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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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지 / 시인. 향토사학자

이 곳 완도에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96년 9월에 완도문화예술인총연합회라는 이름으로 단체 하나가 창립되었다. 그 때에 인근 해남군에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해남지회(예총 해남 지회)가 진즉 설립되어 활동을 하고 있었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해남 지회(민예총 해남 지회)가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완도에는 문화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 하나가 없었다.

물론 문학 모임인 ‘청해글마당’이 있어서 소안도 항일 유적지로 문학기행을 다녀오고, 완도출신 작가 ‘임철우’씨 등을 초청하여 문학 토론을 하고, 시화전을 여러 차례 여는 등의 여러 문학 행위를 하고 있었고, ‘완도사진동우회’라는 사진 모임도 있어서 단체전을 여러 차례 여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서예인들의 모임인 ‘청해연묵회’도 한창 활발한 활동을 하여 묵향을 완도에 날리고 있었다. 아울러 고 김봉도씨를 필두로 열두군고회원들이 1995년에 ‘열두군고진법연구회’를 결성하여 진법전수를 두해동안 가열차게 해오고 있었고, ‘백제남도소리고법진흥회’ 완도지부에서 국악인들이 배출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또한 ‘등대지기’라는 밴드가 결성되어 공연을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렇듯 여러 자생적인 단체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중 첫 번째는 발표할 장소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지금도 없지만 그 때에도 완도에 전문 전시장은 없었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군민회관만 있었기 있었기에 소규모 공연은 할 수 없었고, 전시는 다방을 빌려서 하는 형편이었다. 다음으로는 전시 내지 공연을 할 때 발생하는 비용 문제를 자체적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여러 문예 단체들의 대표들과 많은 회의 끝에 ‘완도문화예술인총연합회’를 결성하기로 하고 초대 회장에 고 문정안씨를 추대하였고 부회장은 글쓴이, 사무국장은 이서씨가 맡았다. 완도 문예총의 창립 정신은 완도의 문화와 예술이, 즉 지역문화가 발전하면 그 게 곧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이었기에 지역 문화를 발전시킬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었고, 나아가 중앙 문화에 예속 되지 않는 문화를 일궈 가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 때에도 지역문화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아서 문인협회나 사진협회, 서예협회 등의 지회를 열만큼의 인적 자원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문예총의 지회를 열자는 사람도 있었다. 또 한 그 편이 지원을 받기에 더 용이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문예총은 문화 예술 쪽의 전문가 집단이기에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기에 지역문화의 저변을 넓혀가자는 본래 취지를 거스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사실 비전문가라 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의 참여가 문화의 토양을 일구는데 이바지 한다는 것은 아주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참여하고자 하는 단체는 모두 받아들이기로 해서 분재인 모임, 수석인 모임, RC 동아리, 통기타 모임까지 근 10여개 이상의 단체가 모였고 1996년 9월에 군민회관에서 창립 선언을 하였다. 그날은 여러 단체에서 모두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고 풍물을 울리고 로비에는 사진과 서예 작품의 전시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야기 한 것은 보여주는 문화 보다는 어울려 함께 하는 문화, 무대에서 들려주는 것을 듣기 보다는 함께 연주하고 귀를 열어서 듣는 공연, 몇몇 사람들의 시를 전시하기 보다는 서툴러도 직접 써서 낭독하고 이야기하는 문학, 소수의 국악인이 보여주는 공연보다는 열두군고에 참여해서 완도 지역에 전승되는 가락을 익히고 함께 춤추고 즐기는 풍물 본연의 기능에 십분 따르는 우리 가락을 하기로 하였고 그 것이 완도 문예총의 창립정신에 덧붙이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완도 문예총은 이어지지 못했다. 거기에는 필자를 비롯해서 역대 집행부를 맡은 사람들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런데 이십여 년의 세월을 격해서 문예총 완도 지부가 창립이 된다. 물론 문예 단체는 없는 것 보다는 하나라도 더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니 당연히 환영해야할 일이다. 그렇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완도군의 수백 명에 달하는 문화인의 수효에 비추면 작은 규모의 인원이니 행여 제도권에 속한 단체의 지부라고 해서 문화 권력을 행사하려고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완도군에 당부하는 점은 지원을 하는 데에 있어서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문화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데에 정작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예총 완도 지회의 창립을 축하하며 완도사람 모두가 사랑하는 단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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