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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의 향기로운 자태

[완도의 자생 식물] 13. 쑥부쟁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09.02 14:34
  • 수정 2017.09.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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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이 꽃이 피기 시작하면 벼가 고개를 숙인다. 누런 들판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쑥부쟁이는 가을의 서정성 대표한다. 이 야생화의 필두로 그다음에는 구절초가 핀다. 은행잎이 물이 들면 감국도 노랗게 핀다. 가을의 국화는 제각각 멋이 있다. 쑥부쟁이는 가을 들판을 담고 구절초는 산 빛을 담는다. 수다스럽게 핀 감국은 느린 가을 하늘을 담는다.

해국은 은빛 바다를 머금는다. 쑥부쟁이는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핀다. 그래서 가을 들꽃이라 불린다. 논두렁에서 만난 쑥부쟁이는 간소하다. 간소하기 말 나위 없는 구절초는 주로 산에서 피어 산국화라고도 부른다. 들에서 마주친 쑥부쟁이는 막 필 땐 꽃잎 사이 틈이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꽃잎이 뒤로 제쳐 가을빛이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다. 인위적으로 개량하여 꽃잎을 겹겹이 만든다. 당장 보기 좋을지 몰라도 금방 싫증나게 마련이다. 자연에서 만난 꽃들은 간결하면서 여유롭다. 우리가 꽃을 보는 데에는 향기로운 여유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따사로운 햇빛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간결한 삶의 태도를 가지라고 자연은 가르친다. 가을 길 바로 앞에 들꽃들도 가난한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

마음이 맑은 사람은 늘 비워둔다. 쑥부쟁이 꽃잎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도 간소하게 비워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쑥부쟁이는 국화과이며 다년식물이다.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높이 40~80cm 정도로 가지가 갈라진다. 어긋나는 잎은 길이 4~8cm 정도의 잎으로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꽃잎은 연한 자주색을 띠고 중앙부의 통꽃은 황색이다.

이와 비슷한 섬쑥부쟁이도 있는데 흰색과 보라색으로 핀다. 흔히 부지깽이라고 부르며 잎은 취나물과 비슷하다. 이른 봄에 취나물을 캐다보면 간혹 잎이 넓은 것이 있다. 향이 있는 취나물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냄새로 확인할 수 있다. 쑥부쟁이가 있는 곳에 분명하게 가을이 있다. 가을에만 맡을 수 있는 냄새와 가을 소리는 얼마나 풍요로운가.

벌써 참깨가 터지고 있다. 곧 콩깍지가 열어 제치는 소리가 나겠지. 갑자기 터지는 소리에 놀라 참새들도 한꺼번에 맑은 하늘로 날아오르겠지. 가을이란 시간의 빛 가운데에서 들꽃은 여유로움 그 자태가 향기다. 그 향기에 고요하게 마음을 내려놓는다. 봄에서 가을로 떠나는 여행자는 늘 들판 한가운데에 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가지는 것보다 가감하게 내려놓는 것이 가을이라. 시간의 가을볕에 꽃잎이 마른다 할지라도 거기에는 충만함이 그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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