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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빛내림 포옹하는 생일바다와 같이 널, 껴안는다

[생일 특집] 1. 날마다 다시 태어나는 섬, 생일도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9.02 14:02
  • 수정 2017.09.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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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어! 손이 떨리고 글씨가 이상하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아서인가?
새벽에 코피가 심하게 난 후, 토를 해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왔다.
그러다 저녁에 백혈병이라고 해서 놀랐다. 지금 내 몸 속으로 일본인의 골수가 들어가고 있다.
밖에서 간호사들이 골수를 가지고 들어오는데 그 골수를 보았을 때, 그 감격과 설렘이란!
내 마음은 화산이 폭팔하는 듯 벅차 올랐다.
엄마랑 즉석사진을 찍었다. 일본인이 준 골수에 대해 감사편지를 쓴다. 난 비싼 등록금을 내고 사립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학원에서 과외 받는 친구들 부럽지 않다.
왜냐고? 난, 병원이라는 학교에서 소아 백혈병이라는 전문 과목을 1년 동안 온몸으로 배웠고 숨쉬고 살아있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알았잖아...
파란 하늘, 맑은 공기, 이런 걸 느끼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학교 다닐 때는 운동장의 흙을 밟고 다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흙이 너무 감사해.
한 줌 흙을 떠서 혹시라도 지렁이가 나오면 난, "오~ 아가!"
하며 살아 꿈틀대는 모습에 감격할거야...
정표가 골수이식 후 무균실에 있을 때 뜬금없이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피 오줌이 나온다..."
"누가, 날 좀 살려줬으면..."
"바다에 가보고 싶어... 바다"
서울 등촌초등학교 6학년, 소설가의 꿈을 키우던 열세 살 소년 이정표는 1년 9개월 동안의 투병 끝에 2007년 엄마에게 "고마워"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하늘나라로 갔다. <정표 이야기>


그 치열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열세살 어린 아가가 90평생을 살았다.
너를 낳은 건 분명, 강물이었으리라.
나는 네 마음을 읽기 위해 손 내밀었다.
난, 네가 죽은 줄만 알았는데 널 어루만지니 단단하기 그지없는 그 몸은 긴 어둠을 뚫고 나와사르르 파닥거리는 어떤 알 수 없는 비상한 힘을 느낀다.
손 안에서 뛰고 있는 붉은심장, 둥지서 막 꺼낸 피 묻은 달걀을 만졌을 때, 마음의 눈을 뜨게하는 동살같은 환한 빛줄기와 어느 쪽으로도 밀리지 않는 팽팽함으로 맞선 섬통같은 기이한 전율이 혈관을 타고서 붉은심장으로 뚜드뚜 뚜뚜!
모호스 부호가 되어 찍혀 옴을 느낀다.
 


아! 넌, 당장에!
뛰고 있었구나야!
네가 죽었다면 어떻게 이끼들이 이리 붙어 살 수 있겠노! 흐르는 물 속에서 섬광처럼 피어나는 꽃잎이란!
강물은 널, 살려 놓기 위해 끊임없이 입맞추고 별빛은 널, 보듬어주기 위해 은하수에서 내려와 반짝이구나!
너의 심장을 피워내는 아름다운 물의 언어를 난, 알지 못한다.
잠시간 머무른너의 감촉만을 기억할 뿐.
하지만, 하지만!
이 시간만은 내게 영원하겠구나!
아가야?
난, 아가의 기쁨에 찬 저 우아한 순간을 사랑하고 아가의 고독에 찬 저 참된 시간을 사랑하며 아가의 순례하는 그 영혼의 삶을 아주 깊이 아주 깊게 사랑한단다.
나는 오늘, 너의 생일을 맞아 네가 그토록 가고싶다던 바다를 너에게 보여주고 싶구나! 그리고 저 빛내림을 포옹하는 생일 바다와 같이 널 껴안고, 생일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생일도의 케익으로 너의 생일을 찬미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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