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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없으면 나도 없네

[문학의 향기] 뜬구름처럼 흘러가는 인생 3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8.25 20:51
  • 수정 2017.08.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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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평화로웠던 부부였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운에게 안타까운 게 있었으니, 그건 생활이 곤궁한 나머지 차를 즐기는 남편 심복에게 보다 좋은 차를 올리지 못한 것이었다.
그저 마음으로만 애쓸 수밖에 없는 그녀였지만 차를 올릴 때면 속상함에 늘상 마음을 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꽃이 피어나는 7월!
다음날 새벽, 첫 샘물을 받아 차를 끓여 남편에게 올려 주었다.
심복은 평소처럼 찻잔을 들었는데, 코끝으로 은은하게 연꽃향이 밀려오는 게 아닌가!
천천히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었다. 그러자 이번엔 입안 가득 연향이 그윽하게 머무는 게 아닌가! 그 향이 너무 좋아 아내 운에게 물었다.
“여보, 이 차는 평범한 차 같은데, 어떻게 연향이 이리도 깊게 배여 있나요?”
그 말에 운이 말하길“서방님! 차를 즐기시는 서방님께 좋은 차를 올리지 못해 늘상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어제 연꽃을 보고 있노라니, 아침이면 활짝 피어나고 저녁이면 꽃을 오므리는 게 아니겠어요?”
“저 연꽃 속에다 찻잎을 넣어 두게 되면, 연꽃향이 배이겠구나! 싶어 작은 비단 주머니에 값싼 찻잎을 조금 싸 연꽃심 위에 살며시 올려 놓았지 뭐예요!"
"그리고 새벽에 그것을 꺼내 차를 끓였더니...”
그 말에 심복은 다시 찻잔을 들어 한모금을 머금었다.
그러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연꽃향이 배인 차향과 함께 운의 향기로움이 어우러져 온 몸을 휘감았다.
따지고 보면, 연꽃향이 무슨 대수겠는가! 남편을 기쁘게 하려는 그 마음과 그 지혜가 정말로 향기롭지 않았겠는가...!
이 한가지만 보더라도 운이란 여인이 얼마나 지혜롭고 사랑을 아는 여인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결국 운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게 된 심복. 운의 애틋한 사랑을 더욱 그리워하며 남은 생을 보내게 되는데...
이런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은 사랑하는 순간이 아니게 된다. 이런 사랑은 이별이 시작되는 그 순간에서라야 또 다시 사랑이 시작이 된다.
아! 그대 있으면 내가 있고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었다는 것!
심복은 말하였다.
"병 들어 치료하는 것보다 병 들기전에 다스리는 것이 낫고, 몸을치료하는 것보다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나으며, 남을 시켜서 치료하는 것 보다 먼저 스스로 치료하는 것이 낫다 "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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