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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휴가

[완도 시론]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8.11 17:22
  • 수정 2017.08.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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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여름휴가가 한창이다. 필자가 관여하는 모임에서도 여름마다 여행을 가는데, 올해는 완도를 점찍었다. 사실 완도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회원들은 필자의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다. 여러모로 부족한 필자가 고향 완도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예전과 달리 국내관광도 조금 활성화되고 있지만, 관광상품이 잘 마련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는 길, 가는 길에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나름대로 일정을 짜봤다. 오전에 KTX로 송정리에 내려 관광버스를 이용해 2박3일을 보낸 뒤 익산에서 다시 KTX로 귀경하기로 했다. 강진 도암의 백련사, 해남 대흥사 등을 들르고 두륜산 케이블카도 타볼 생각이다. 애초에 필자는 미황사 뒤편의 달마산에 올라 다도해 절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허나 무더위에 산행은 무리라고 보고, 아쉽지만 두륜산 케이블카로 대체했다. 고된 산행에서 얻게 되는 희열은 없겠지만, 그래도 다도해 풍광은 잘 볼 수 있으니까.

완도에 들어오면 먼저 장보고기념관, 장도를 보여 줄 생각이다. 지금도 완도사람들의 기개가 대단하지만, 옛날에는 동북아시아를 호령했을 정도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별로 볼 게 없는 장보고 동상은 생략할 예정이다. 관광객의 편의를 생각하면 장보고기념관과 동상이 합쳐졌으면 좋겠다. 수협공판장 근처에서 자연산회와 전복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이맘때 선창에서 물놀이하다 빠져 죽을 뻔했는데, 수영선수였던 친구가 목숨을 구해준 얘기도 들려줄 생각이다. 그 친구 덕에 필자는 두 번 살고 있는 셈이다. 항구의 야경은 최근 개통된 모노레일을 타고 완도타워에서 볼 생각이다.

회원 중에는 낚시를 원하는 사람도 있으나, 땡볕에 고생만 한다며 만류했다. 혹시 밤에 장어를 낚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손맛도 별로라고 얘기해 줬다. 손맛은 역시 강생이가 최곤데, 낚시도 다 철이 있으니 ‘천고어비(天高漁肥)’의 계절에 다시 오시라고 했다.

다음 날은 아침 식사 뒤 명사십리로 갈 생각이다. 육로가 편리하긴 하지만, 배를 이용할 생각이다. 명색이 섬에 왔는데 배도 한번 타봐야지. 또 배가 달리면 얼마나 시원한가. 차드라이브만 해본 사람들이 난생 처음 배드라이브를 맛볼 것이다.

명사십리는 필자에겐 독특한 추억이 어린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을인가 신지에 심부름 갔다가 백사장 십리를 헐떡거리며 뛴 적이 있다. 연락선이 지금의 울물 방파제 쪽에 대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웬걸 명사방파제 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 배 떨어지면 큰일이라 생각하고 모조건 내달렸다. 말이 십리지 발이 푹푹 빠지는 백사장 뛰는 건 정말 힘들다. 그래서 바닷물에 젖어 단단한 쪽으로 달렸다. 당시 배는 정말 느렸는지 처음에는 배를 쫓을 만했다. 그러나 어찌 사람이 기계를 이길 수 있으랴. 배는 점점 멀어졌다. 그래도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한참을 뛰었을까 지칠 대로 지쳐 막 포기하려던 참에 배가 바로 선착장에 대질 않고 크게 한번 선회하는 것 아니가. 배에 올라 사연을 들어보니 배에 탔던 경찰 아저씨께서 멀리서 나를 보고 선장님께 태워가자고 말씀드렸단다. 아저씨가 살아계신다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셨을 거다. 필자도 이제 나이가 제법 들었는지 옛 추억이 자주 생각난다. 그 아저씨 한번 뵙고 약주 한잔 대접하고 싶다.

마지막 날엔 완도를 떠나 순천 낙안읍성 쪽으로 갈 예정이다. 시청에 근무하는 고등학교 후배에게 미리 관광해설을 부탁해 놓았다. 섬진강을 타고 올라가 익산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가는 길에 고금 충무사와 강진 청자박물관을 들를 생각이다. 이번 여름휴가철에 장보고 대교가 개통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충무사 인근의 고금도진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는데, 흔적이 거의 없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충무사를 비롯하여 고금도진의 성역화 작업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외지인들도 임진왜란 극복에 우리 고장  뱃사람들의 공이 컸음을 잘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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