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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에세이-선물을 전하다]김숙희 / 자영업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8.11 17:18
  • 수정 2017.08.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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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 자영업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옵소서.
                                        -17세기 어느 수녀의 기도문 중에서

매일 아침 이를 닦으면서 17세기 어느 수녀님의 기도문을 눈으로 읽어 내려간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읽는 기도문이지만 내 몸과 내 육체를 아직도 지배하지 못하였는지 나는 가끔 그 치명적인 버릇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늙어가고 있고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책을 읽게 되면 손가락에 침을 발라야 책장이 넘겨지는 것을 보고서였다.
무심코 한 내 행동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이런 이런….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손바닥이 건조해져서 종이를 뒤집거나 돈을 세거나 할 때에 나도 모르게 손이 입으로 가게 된다.
예전에 친정어머니를 보면 바늘에 실을 꿸 때나 돈을 세실 때 꼭 침을 발라가며 하시는 걸 보면서 , 어휴 엄마는 꼭 저러시더라 지저분하게….."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는 영락없이 그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었다. 저녁에 자기 전에 영양크림을 아무리 듬뿍 바르고 자도 여전히 얼굴엔 기름기가 없고 두 달에 한번씩 하던 흰머리 염색은 한 달에 1번씩 하게 되고 마흔이 되기 전에 이루려고 했던 된장 담그기를 익히기도 전에 나는 벌써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이 먹을수록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나는 다른 새로운 할 일을 은연 중에 찾아내고 있었지만 나는 잘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김치를 맛깔스럽게 담아내지도 못하고 전통음식도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다.
우리 어머니 시대의  모든 고유한 것들을 전수해 줄 사명이 그만 나의 대에 와서 맥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선다. 해보지는 않아서 할 줄은 모르고 먹어본 입맛은 있어서 강평은 할줄 아니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마음속으로든 마음 밖으로든 꼭 평을 하게 된다.
전에 줄 수 없었던 것을 줄 수 있게 되었고  전에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건만…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건만 내 마음 뿐 ... 나는  어느덧 노파심만 많아져서 간섭은 심해지고 걱정도 늘어만 가고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참견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씩은 젊은 그들이 물어온다.
“소금으로 간을 할까요? 간장으로 간을 할까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아요?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잘 하는 것이 없이 나이만 먹었는데도... 나처럼 할일 없이 나이 든 사람들은 할 말이 없을 테지만 거의 전문가처럼 잘하신 분들은  할말이 참 많을 것 같다.
그럴 때 그분들이 치명적인 버릇에 빠진다 해도 오히려 존경스럽기만 하다.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 그 손의 열매가 그에게 돌아갈 것이요 그 행한 일로 말미암아 칭찬을 받으리라."잠언 31:3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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