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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번창 관심 많아 지어진 이름

[완도의 자생 식물] 8. 며느리배꼽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08.01 11:01
  • 수정 2017.08.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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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배꼽


이제는 사라진 말이다. 좀 아쉽기는 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라는 말이다. 그토록 어려운 시대임에도 자식을 많이 낳았다.

그 때문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당연한 얘기다. 가지가 많으면 바람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자식을 많이 낳았던 이유는 노동이 많이 필요했던 농경사회다. 우리 야생초 이름이 붙어진 시기는 이때쯤 아니였을까. 며느리밥풀, 며느리밑씻개, 며느리주머니 등 며느리란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이번 주 야생화도 며느리배꼽인데 옛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말 중에 왜 며느리배꼽을 택했을까. 그 시대의 사람들은 자손을 많이 번창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손이 많이 낳아야 다음 시대가 보장된다.

며느리배꼽란 말도 우습지만 모양도 참 기가 차게 생겼다. 여럿, 씨앗들을 오롯이 받치는 잎 모양은 누가 봐도 엄마 품 안이다. 아주 편안하고 안정감이 넘쳐흐른다. 그래서 엄마들의 품안에서 떠나지 않게 자식을 길렀는지도 모른다.

지난날에는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러나 야생초에 눈이 가는 것은 지나는 세월만큼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 야생초는 며느리밑씻개와 유사한 식물이다. 턱잎 안에 열매가 들어 있는 모양이 배꼽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긴 잎자루가 다소 올라붙어서 배꼽같이 보여 며느리배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약효론 오줌이 잘 나오게 하고 피부가 벌겋게 번지며 부어오르는 데 좋고 옴과 알레르기 질환에 좋다. 맨땅 위에서부터 평등한 야생초는 열매를 맺을 때까지 하늘은 공정하게 돕는다. 가을날에 주먹을 편 씨앗들은 자연스레 땅에 떨어져 다음 해를 기약한다.

우리 사회도 자연을 닮아 가면 될 터인데.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애를 낳지 않는다. 아니,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 청년들이 내디딜 땅이 애초부터 불평등하다. 양질이 좋은 취업 청년들은 결혼한다고 한다. 그러나 취업을 했으나 저임금에 시달린 청년들은 먹고 살아있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똑같이 낳고 공부했음에도 막상 내디딜 땅은 한 평도 없다. 뭔가 보이지 않는 절벽에 꽉 막혀있는 세상이다. 농경사회는 자식을 번창했다. 이렇다 할 복지 시설도 없음에도 인간답게 살았다. 그것은 최소한의 평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며느리배꼽 위에 씨앗들이 오색찬란하게 영글었다. 엄마 품안에 풍성한 생명이 안긴다. 이보다 좋은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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