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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기다리는 친정엄마의 마음

[완도의 자생 식물] 7. 사위질빵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07.22 14:00
  • 수정 2017.07.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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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질빵


꽃의 어원은 ‘곶’이었다. 곶이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된소리로 변해 ‘꽃’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꽃이라는 글자가 꽃처럼 생겼다. 마치 상형문자처럼 말이다.

7월에 피는 사위질빵이 꽃도 꽃 글자처럼 생긴 모양이다. 가늘고 연한 꽃잎이 모여 그윽한 향기를 자아낸다. 꽃들도 자기들의 고유 이름이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그들의 얼굴 모양이 다르고 향기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같을 꽃 이름 아래에서 서로 다른 이름을 부르고 싶다.

그 첫 번째 만나는 꽃은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다. 그다음은 친구도 좋고 사물도 좋겠다 싶다. 사위질빵은 연한 덩굴성식물이다. 연한 줄기이지만 자라는 속도가 커 다른 식물들을 어느 순간 지배한다. 옛사람들은 사위메빵이라고 좋게도 불러주었을까.
밭둑에서 주로 자라 직접으로 농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잡초를 뽑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있으면 그윽한 향기는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 주었을 것이다. 연한 덩굴이지만 가을에는 제법 질기다.

처가에 일손을 도우러 오는 사위에게 이 덩굴을 여러 겹으로 연결해 메빵을 만들어 짐을 날렸다. 짚으로 만든 끈보다 약해 끊어지기에 십상인 사위메빵이다. 근방 끊어지게 해 더는 일을 못 하게 하는 장모의 배려가 있다고 볼까. 한편 여름 내내 시집 보낸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한번 시집가면 몇 해 동안 친정에 오지 못했다. 딸처럼 예쁜 향기를 지닌 사위질빵 꽃내음은 참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딸을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을 사위메빵으로 올가을에는 꼭 딸을 볼 수 있겠지 하면서. 친정엄마의 마음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 아니다. 자식에 대한 걱정을 눈치 채지 않게 평생 가슴에만 담고 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끝없는 철길 옆에서 피었다. 역설적으로 사위질빵이란 야생화는 친정엄마의 꽃이다. 멀찌감치 들여오는 “엄마” 소리는 그 어떤 명언보다도 내용이 깊다. 그 음성 속에는 수만 가지의 장단조 음악이 함축되어 있다.

이 야생화는 길가에 많이 있다.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뜬금없는 냄새가 나면 주위를 보시라. 분명 사위질빵 꽃이 수없이 피었다. 꽃이 작고 잎으로 덮어 있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즉흥적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정작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깨닫는 은혜다. 자연에 대한 은혜를 알면 곧 부모에 대한 은혜도 묵묵히 알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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