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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양 대감의 부름에 "네~이"

[문학의 향기]19세 소녀와 77세 대감의 사랑 7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7.22 13:35
  • 수정 2017.07.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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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자해도 잊기가 어려워
억지로 부벽루에 오르니
안타깝게도 홍안만 늙어가고
생각치 말자해도 절로 생각나
몸을 모란봉에 의지하니 슬프기 그지없네

검은 머리 자꾸 쇠해가고 홀로 빈 방에 누우니 눈물이 비오 듯하나 삼생의 가약이야!
어찌 변할 수 있으며 혼자 잠자리에 누었으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된들 백년 정심이야 어찌 바꿀 수 있으랴!

정말 그 심장 한 번 따끔하게 나무래 놓고서 ‘내 심정은 이래! 니가 내 심정을 알아?’하며 애틋한 마음을 토로하며 이쯤에서 살살 달래는 회심의 한마디를 남기게 되는디. 자! 마무리는 어떠했는지 보시죠!

천리에 사람 기다리기가 이토록 어려우니 군자의 박정은 어찌 이다지도 심하십니까?
삼시에 문을 나가 저 멀리 바라보니 애처로운 천첩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오직 바라옵건데 관인하신 대장부께서는 강을 건너 오셔서 구연의 촛불 아래 흔연히 대해 주시고 연약한 아녀자가 슬픔을 머금고 황천객이 되어 외로운 혼이 달 가운데 길이 울지 않게 해 주옵소서!
구구절절... 만약 전쟁서 상대의 적장에게 보낸 편지였다면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지고 폐부를 관통해 곧바로 철군을 명령케할 전율적인 시어.
결기.

지금 당장 안데려가면 죽기를 각오하겠다는 부용의 전사적인 기질이 백미인 탑시의 전문!
이거, 탑시를 받은 김이양 대감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심장 한 번 쫄깃쫄깃해지지 않았겠어? 꿈자리는 또 어떻구! 하하하.
이윽고 서울에서 사람과 함께 타고 갈 노새가 도착했네.
그런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이게 웬걸! 그동안 부용을 흠모하던 전임감사가 대문까지 배웅하며 아쉬움을 표하는 시구를 전한다.

나의 혼은 그대를 쫓아가고
빈 몸만이 문간에 기대섰네...

이에 부용이 웃음과 함께 답시 날려 주는데...

나귀 걸음 더디기에 내 몸이 무거워서인가 했더니 남의 혼 하나 더 싣고 있어 그리하였구나!

ㅎㅎ. 부용이 더딘 걸음 재촉해 서울에 다다르니 대감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남산 기슭의 한 초당으로 안내한다. 새롭게 단장한 아담한 별장은 ‘녹천정(綠川亭)’
부용은 그제서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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