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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살길은

[에세이-고금도에서]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7.22 13:27
  • 수정 2017.07.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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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술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술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일을 하든지 그것에 온 정신을 다 기울여야지 보통사람들 보다 더 깊고 넓은 세계를 알 수 있다. 하물며 끼니를 챙기는 것임에랴.
그래서, 술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막걸리를 더 맛나게 만들어 볼까? 여기 저기 술공부하러 다녔다. 장인들이 만드는 술을 흉내내 보고 옛 책에 있는 주방문(recipe,조리법)으로 술을 빚기도 했다. 작은 막걸리주조장에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우리술(전통주)이라는 큰 틀을 생각하게 되었다.

술밥찌고 누룩과 버무려 술독(항아리)에 앉히고 술이 익으면 용수(술이나 장을 거르는 데 쓰는 기구. 싸리나 대오리로 둥글고 깊게 통같이 만듦)박아 맑은 것을 떠내면 청주, 남은 것을 꾹꾹 짜내어 탁주를 얻고, 남은 주박(지게미)에 물을 섞으면 막걸리, 이것이 발효주인 전통주 만들기다. 요즘막걸리와 많이 다르다.

우리 조상들이 집집마다 술을 빚어 중요한 일에 내놓던 술, 일제치하 주세법의 시행으로 자가 양조는 밀주로 철저히 단속됐다. 수많은 전통주들이 명맥을 잇지 못하고 사라졌다. 일제식 주세법은 해방이 되고도 근본을 유지한 채 오랜 시간 우리 근현대사 술문화를 제어했다. 1995년에야 개인의 자가소비를 위한 제조를 인정하면서 가양주를 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일본식 입국(일명 고오지(koji). 발효제)이 누룩을 대신하고 물을 타고 합성감미료를 넣은 막걸리와 주정에 물을 섞는 희석식 소주가 시장을 지배했다.

탁주,약주,청주,증류소주까지 전통주의 스펙트럼은 넓지만 막걸리를 제외하면 시장점유율은 1%가 안된다. 막걸리를 포함하면 겨우 10% 수준이다. 맥주, 희석식소주가 시장을 양분한 틈바구니에 전통주의 초라한 성적표는 앞날을 준비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막걸리(탁주)가 대중적이긴 하나 난처하다. 가끔 막걸리바람이 불지만 시장은 만만치 않다.

막걸리가 살길은 무엇일까? 변화가 필요하다. 막걸리 본래의 맛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고급화로 가야한다.
기존의 막걸리 시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장 프리미엄급 막걸리를 시도한다. 유리용기를 사용하고 알콜도수를 10도 정도로 올리고 합성감미료(아스파탐같은 것)를 넣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 대부분은 원주에 물타고 합성감미료를 넣은 술맛이다. 천원짜리 막걸리 한병은 싸구려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막걸리문화를 더 넓히고 제대로 된 술맛을 내려면 몇만원짜리 와인을 애지중지하고 맛을 음미하는 것처럼 우리 막걸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막걸리를 와인잔에 마시자. 분위기난다. 고급안주와 마셔보자. 파전에 막걸리는 옛말, 스테이크에 막걸리 꽤 잘 어울린다. 더구나 우리 막걸리엔 항암물질인 파네졸, 스쿠알렌같은 항산화 물질이 얼마나 많은 지.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주에 관심이 많고 여러 전통주를 손수 만들어 마신다.
전통주를 연구하는 모임도 하나 둘 생겨난다. 그래서 우리술의 앞날도 밝다. 전통주를 살리는 길은 막걸리를 살리는 길과 함께 해야 한다. 막걸리를 고급화해서 와인못지 않은 포지션을 갖춰야 한다. 전통주의 얘깃거리, 만들기 체험같은 프로그램과 함께 하면 퍽 괜챦은 음식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것이라고 내세울 만한 전통주를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야 우리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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