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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 내로 기별할 터이니..

[문학의 향기] 19세소녀와 77세대감의 사랑 6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7.15 21:20
  • 수정 2017.07.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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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니, 그립습니다
길은 멀지만 글월은 더디옵니다
생각은 님께 있으나 몸은 이곳에 머뭅니다
비단 수건은 눈물로 젖어가건만
가까이 모실 날, 기약이 없습니다
향각에서 종소리 들려 오는 밤이면
연광정에 달 떠오는 시간이면
쓸쓸한 베게에 의지했다가 잔몽에 놀라 깨어
돌아오는 구름을 바라보니 오로지, 멀리 있음이 참으로 슬픔입니다
 
만날 날, 수심으로 날마다 손꼽아 기다리며 새벽이면 정다운 글월 펴들고 턱을 괴고 우옵니다
용모는 초췌해져 거울을 대하면 눈물 뿐이고 목소리는 흐느낄뿐 사람 기다리기가 이다지도 슬픔입니다
 
은장도로 장을 끊어 죽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비단신 끌며 먼 하늘 바라보니 의심도 참 많습니다
어제도 안 오시고 오늘도 안 오시니
낭군님은 그리도 신의가 없사옵니까?

구구절절 구슬프고도 애잔하도다 부용. 근데 이거 이거! 마지막 말엔 이건 뭐다냐?
“그리 신의가 없습니까???”
햐~ 남성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단어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네!
특히나 사대부에겐 목숨과 같았던 신의!를 꺼내 놓다니...
우리의 부용!
운초 김부용의 부용상사곡(芙蓉相思曲). 서두부터 김이양 대감을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맹화살을 핑핑핑핑! 그람 아~암! 이쯤이면 사생결단인 거지. 한 방에 그 심장을 꿰뚫어 버리지 못한다면 말짱 도로묵인게야. 하하. 어떤 말을 하는지 자, 다음을 들어 볼까요?

아침에도 멀리 바라보고 저녘에도 멀리 바라보니 첩만 홀로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대동강이 평지가 된 뒤에나 말을 몰아 오시렵니까?
장림이 바다로 변한 뒤 노저어 배 타고 오시렵니까?
아님, 운우무산에 행적이 끊기었으니
선녀의 꿈을 어느 여자와 즐기시나요? 월하봉대에 피리 소리 끊기었으니 농옥의 정을 어떤 여자와 나누고 계십니까?
이 말 또한 남정네라면 참 두려워하는 말.
“니, 여자 생겼지? 이젠, 내가 지겨워? 날 끝까지 지켜 준다 했잖아!”이건 뭐, 겁박에 협박에 강짜까지 투척기에다 몽땅 실어 맹강하게 퍼붓는 우리의 부용! 잘~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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