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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라서 그립습니다

[문학의 향기]19세소녀와 77세대감의 사랑 5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6.17 11:43
  • 수정 2017.06.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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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대라서 그리웠습니다.
내 마음에 운명처럼 자리잡는 그리움이라서
그대가 그리웠습니다.
그대가 얼마나 그 얼마나 소중한지
그대에게 속한 모든 것이
그대처럼 그립습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싶다는 말을 실감하는 부용이었다. 생각하길‘이건 아니야! 정말 아니야!’
‘이건! 정절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숫제 독수공방이라구!’
작심 부용. 달그림자 교교한 어느 날 밤. 부용은 조촐한 주안상을 올리고 늦게도록 가야금을 타면서 갖은 아양을 다 떨었다.
“대~감, 오늘은 소녀가 대감을 모시어요! 오늘 밤은 안갈꺼예요. 절대루~ 앙!”그날따라 대감을 모시겠노라고 무지 앙탈을 부렸다.
이에 술기운에 거나해진 김 대감.
“부용아! 너 혹 노랑 유부라는 시를 아느뇨?”이에 부용 “일찍이 접해 본 바 있나이다”“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들어보자꾸나!”
부용, 그의 뜻을 단박에 알아채고 낭랑한 목소리로 읊조리기를.

열여섯 아리따운 신부가
일흔 둘 신랑을 맞았네라!
호호 백발과 붉은 입술이
서로 마주 보고 누웠네라!
홀연히 한 밤 중이 되자
어디선가 봄바람이 일어나
하얀 배꽃 날아와
붉은 매화를 누르네

절묘하다 절묘해!
한시의 맛이 이런 거거든! 직설적이가 않아! 감질감질하면서 애간장을 녹게 하는 거거덩! 낭낭한 목소리에 교태까지 한껏 들어간 부용의 목소리에 김이양 대감이 어쨌겠어? 허허허 웃을 수밖에.
그러며“나는 팔구랑보다도 다섯 살이나 더 많구나”하니, 이에 부용도 질쎄라 날리는 되빵구는!
“소첩도 이팔 가인보다 세 살이 더 많사옵니다”
하하햐! 이런 걸 싸움으로 치면 용쟁호투 용호상박! 사자성어로는 부창부수 여필종부라 하지 않았던가! 이에 부용, 다시금 김 대감의 붉은심장을 향해 서슬퍼런 비수를 던져 쐐기를 박는디!

붉은 꽃이나 흰 꽃이나
봄을 맞아 새롭게 피어 나는
꽃은 모두 같은 꽃이 옵니다

하지 않았던가! 남녀가 사랑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일 것이며, 사랑 앞에 양반과 기생이 어디 있겠느뇨? 너와 나, 남과 여만 있을 뿐이다. 고렇게 불을 당긴 부용의 말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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