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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행복한 봄길이겠는가

[에세이-詩를 말하다]김인석 / 시인. 완도 약산 넙고리 출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6.11 20:47
  • 수정 2017.06.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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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석 / 시인. 약산 넙고리 출신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정호승, <봄길> 전문

사람이 살다 보면 가야 할 길이 있는가 하면, 가지 말아야 할 길도 있다. 분명 존재하는 길이었는데 길로써 존재가 사라져버린 부재의 길도 있다. 그러나 그 길 위로 서러운 마음을 품고 가야하는 때도 있다는 것은 삶이라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길’이란 사전적 의미 즉 중심적 의미에서 주변적 의미로 확장되어 여러 의미로 해석되어지곤 한다. 때로는 다층적으로 해석되어져 그래서 번민하고, 단어가 가져다주는 무게감으로 희망의 길이 든 절망의 길이 되든, 한겨울 눈 덮인 마당가 울타리보다 크게 다가와 힘들어 하기도 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길을 만들고 지우기도 하는데, 어떤 길을 만들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그들의 여러 가지 삶의 형태에 따라 대로(大路) 또는 비렁길을 내기도 한다.
위의 시에서 ‘길’은 중심적 의미도 주변적 의미도 아닌 ‘봄길’이다. 봄길은 그 무엇을 상징하고 있다.

길의 끝남은 절망 또는 다른 그 무엇인가의 소멸인데 다행스럽게도 다시 길이 있다고 화자는 말한다. 사라져버린 희망을 역설을 통해서 극복하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봄길, 봄길 따라 가는 길에는 희망이 존재하고 사랑이 머물고 그리움이 있고 기다림이 기다림을 설렘으로 안은 채 서성거리고 서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기다림보다 길 위에서의 기다림은 더 절절하게 목마르고, 더 처절하게 서성거리고 이 곳 저 곳을 두리번거리게도 하는 탁 트인 장소이기에 가슴 조이고 그래서 더욱 아프다.

바람 불면 바람 끝을 바라보기도 하고, 꽃향기 봄 물결 따라 흘러내리는 봄길이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와 손잡고 오순도순 겉 이야기뿐만 아니라 속 이야기도 하고 누군가와도 하지 못한 이야기도 꺼내 들고 눈 마주보며 스스럼없이 그의 가슴속에 던져주며 같이 공감하며 웃고 울며 걷는 것이 봄길이다. 는개가 바람에 밀리다 말고 길손의 속 이야기를 들으려 머무는 것도 봄길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 여기에 깊은 의미는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어쩜 살맛나는 세상 그대로이지 않을까.

세상살이 별 것 아니다. 무등산 길 따라 무등산 철쭉꽃 보며 비 오면 비 맞고 사진도 찍고 쪽길 따라 걸어도 보는 것이다. 걷다가 알음이 있는 사람과 만나면 눈웃음으로 인사하며 같이 걷는 것 또한 삶의 봄길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얼마나 행복한 봄길이겠는가.
“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곧 행복이다.
오늘은 “德不孤 必有隣”이라는 ‘德’자를 새로운 뜻을 부가하여 새로운 의미로 해석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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