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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안보고 나만 보는가

[문햑의 향기]19세소녀와 77세대감의 사랑 3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6.03 10:59
  • 수정 2017.06.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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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천으로 부임한 신관 사또는 두루마리 펼쳐 낭낭하게 읽어내는데...

부용당에 누워 빗소리를 듣는다
어쩌면 저리도 맑고 영롱한 것일까? 옥구슬 일천 말이 유리 쟁반에 쏟아지는구나! 알알이 동골 동골, 신선의 환약이런가!

운치 있는 빗소리를 옥구슬 1천말로 표현하며 신선이나 먹는 신비로운 환이라고 말하는 저 어휘력!
정말. 멋진 여인이다.
부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분명 자신이 언젠가 지은 바 있던 오언시임을 기억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신관 사또가 말하길 “김이양 대감이 이 시를 보여주며 특별히 널 잘 돌보아 달라고 당부까지 하셨다”
그 말에 부용의 눈가에선 은하수에 사는 듯한 별들이 우두두~둑! 떨어지고!
성천으로 부임하는 신관 사또, 가는 길에 스승인 김이양 대감을 찾아 문안 인사를 올리자, 대감은 자신의 제자에게 부용을 특별히 잘살피라 부탁하였던 것이.
이리해 부용은 신관 사또의 시우(詩友)가 돼 어울리면서 자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어느 날! 시담을 주고 받던 부용정으로 오기 전, 물놀이를 했던 일행들. 이제 부용정에서 시를 짓고 풍류를 논하다 드디어 부용 차례.
부용은 좀 전에 둑방을 걸어오며 선비들이 연꽃이 고우냐? 부용이 더 고우냐? 잡담을 나누다가 연꽃이 더 곱다고 하면서도 연꽃은 보지 않고 자기만 쳐다보던 걸 떠올려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으니...

연꽃이 곱게 피어
연못 가득 붉게 피어나
사람들은 연꽃을 보고
부용 보다 곱다하네
오늘 우연히
둑 위를 거니는데
사람들은 어찌해
꽃은 안보고 나만 보는가!

이에 모두가 박장대소. 시도 아름답지만 그 발상이 얼마나 귀엽고 재기 발랄한가! 신관 사또 또한 그 재기 발랄함에 흔연히 일어나 그날의 잔치를 부용을 위한 잔치로 명하였다. 부용은 신관 사또의 배려로 김이양 대감의 여러 시들을 접했고, 김이양 대감 또한 그곳에서 일어난 부용의 시감들을 받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과 주고 받는 필담 속에서 피어나 버린 사랑.
아아! 그런데 이 일을 어이하나!
그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끝나고 이제는 헤어질 시간! 어질고 어진 신관 사또가 이제는 떠나야할 시간...
아, 슬프도다! 이제 누가 있어 연모하는 님에게 나의 소식을 전할 것인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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