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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보다 더 소중한 것들

[에세이-나의 살던 고향은]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6.03 10:53
  • 수정 2017.06.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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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장자크 쌍페의 소설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에 나오는 두 사람. 타뷔랭은 자전거 수리 전문가이지만 정작 자신은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피구뉴는 사진찍을 때마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사진사. 두 사람에겐 남들에게 고백할 수 없는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라며 믿어주지 않는 비밀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고 동병상련처럼 상대의 껄끄러운 콤플렉스를 이해한다.

소설은 훈훈하고 재미있다. 두 사람은 나름대로 콤플렉스(편집자 주 : 억압된 의식속에 숨어 있는 강박관념 또는 열등감)를 갖고 있다. 누구나 하나 쯤 있을 법한 콤플렉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평생을 안고 가는 사람들. 살다 보면 꽁꽁 숨겨두었던 콤플렉스를 헤집는 순간이 찾아온다. 고통스럽다. 언제나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 대하는 숙명같은 것, 빛나는 인생에 끼어드는 훼방꾼, 콤플렉스는 그런 것이다.

 ‘아니 자전거박사가 자전거를 못 타다니’, ‘사진사가 결정적순간을 찍지 못 하다니’ 사람들이 믿지 않는 뜻밖의 것들이 있다.

그럴 수 있다. 소설에서 두 사람은 자기들만 아는 어쩌면 독자들이 생각하는 그런 것들, 평생을 간직한 콤플렉스를 드러내게 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나온다.

어느 날 사진사 피구뉴가 ‘자전거박사 타뷔랭이 자전거 타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가파른 곳에서 자전거 타기를 시도하다 타뷔랭은 3개월동안 병원신세를 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언덕에서 타뷔랭이 자전거와 함께 붕 뜨는 모습을 찍은(^^) 피구뉴, 사진속에서 곡예를 선보인(ㅎㅎ) 타뷔랭은 더욱 유명해진다.

한편, 피구뉴가 타뷔랭에게 자기고백을 한다. 사진사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찍어야 하는데 그 앞이나 뒤 중요하지 않는 사진들만 찍었다고... 일생일대의 최고 사진(?) 결정적순간인 타뷔랭이 자전거타는 사진은 사실 사진기를 놓쳐 우연히 셔터가 눌러져 찍힌 순간이었다고...
사진사가 찍어야 할 것은 가장 중요한 장면인데 나는 늘 놓쳤다고, 어쩌다 걸작하나 건졌다고... 피구뉴는 늘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안타까운 사진사였다.

타뷔랭과 피구뉴는 서로를 이해하며 다름 아닌 자신을 이해한다. 콤플렉스를 이겨낸 것이다. 두발 자전거를 타려 수없이 넘어지고 멋진 사진을 찍으려 수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타뷔랭은 자전거를 못타는 것 때문에 ‘도대체 자전거가 뭐길래’ 자전거를 연구해서 자전거박사가 되었다.

그런데, 피그뉴, 그가 전에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은 아무 의미없이 버려야 하는 것 들이었을까? 삶은 대부분 결정적 순간과 거리가 먼 것 투성이다.

하지만, 그 속에 사람다운 매력이 있다. 결정적 순간을 위해 필요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눈물겨운 노력이 있다. 결정적 순간 못지 않게 의미가 있는 이유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시간의 표현, 사진 한 컷, 멈춘 사진속 장면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말해주는 수많은 사진들, 그것을 위해 버려진 수많았던 순간들, 셀 수 없이 버려진 우리 인생의 모습은 더욱 소중하다.
결정적 순간을 위해 살아온 사람 사는 세상이 있다. 부족한 대로, 완성되지 않고 낮은 대로, 있는 그대로도 좋지 않은가?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것들도 빛나는 순간 못지 않게 소중하다. 결과로만 평가하는 물질만능시대에 투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을 넘어서, 결정적순간이 담긴 사진 한장 너머에 있는 것들이 참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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