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또 다시 수청기별이구나!

[문학의 향기]19세소녀와 77세대감의 사랑 2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5.27 19:40
  • 수정 2017.05.27 19:4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아들은 좌중은 하나같이“껄껄껄! 하하하~”
오호라! 멋진 려인! 뛰어난 재기에 해학까지 더했으니, 이를 누를 시문이 어디 있을까만은 삼삼하기만한 부용의 자태에 더욱 눈을 흘기면 사또는 사절정과는 무관한 시문으로 그 야욕을 드러내는데...

오! 나의 평생의 일편단심이란
오로지 그대와 저 은하수를 건너고 싶을 뿐이다네...

하하, 이 사또 어디서 본 건 또 있었네. 그러자 부용, 다시 붓을 뺏어 바람처럼 휘갈겨 놓고 치맛바람 한 번 휘이~ 휘날리니, 순간 한시를 적은 한지는 공중으로 붕 떠올라 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제자리에 와 앉아 있더라!
좌중이 확인한 시문은...

그대, 은하수는 하늘에 있는 물이거늘 어찌, 속세의 인간이 건널 수 있으랴!

햐! 햐! 조선팔도에 이런 려인이 다 있었네 그려! 이런데도 사또가 수청들기를 억지하면 니는 남자도 아닌겨! 안 그래? 후세들이 비웃는단 말여! 천하가 비웃는단 말이 이런 말인게지. 한시의 맛. 그 맛이란 게 요렇게 감질 맛이다. 현대 시나 서양의 시에 비해 강렬하진 않지만 은유와 비유를 통해 화자들을 촌철살인케 하는 요 맛!
옛 말에 남자는 배짱이요 여자는 절개라. 남녀의 미덕으로써 남자는 사물에 대해 두려움 없는 담력을, 여자는 세상의 남자들에게 농락당하지 않는 깨끗한 절개를 으뜸. 부용은 그런 려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천고을에 또 다시 신관 사또가 부임하지 않았것어! 사또, 급하게 이방에게 이르길 “얼롱, 부용 콜!해”
“부용아! 신관 사또가 널 찾는디”이에 부용이 길게 탄식한 후, “아! 또 다시 수청 기별이구나! 이번엔 어떻게 빠져 나간단 말인가!”
“제발, 강짜만 아니라면 좋겠으니...”
가슴을 조이며 신관 사또 앞에 나섰는데, 뜻밖에도 격조를 아는 사또라! 말투 역시 잔잔한 호수의 결처럼 일렁이는게 아닌가!
“그대는 김이양 대감을 아느뇨?”하네.
김이양 대감이란 말에 우리의 부용! 그 얼굴엔 꽃이 피어나듯 미소가 번져가고 그 눈빛은 별이 떠오르듯 영롱하게 반짝거리는데...
이어 한없이 낭낭한 목소리로“김 대감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뵈온 적은 없고, 대감의 시는 많이 읽어 평소 흠모하고 있사옵니다”
그 말에 빙그레 웃음이 번져가는 신관 사또! 이번엔 두루마리 한 장을 쭈욱 펼쳐내는디!(계속)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