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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연대

[완도 시론]박준영 /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4.14 13:08
  • 수정 2017.04.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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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변호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습니다. 구속영장기각이 무죄로 귀결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법과 정의가 바로 서기 바랬던 많은 국민들의 실망이 컸습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청구도 한 차례 기각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 볼 만한 민감한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기각 비판기사와 더불어 회자된 판결이 하나 있었습니다.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버스기사 판결이었습니다. 2400원을 횡령한 기사는 해고되고,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와 뇌물공여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게 말이 되느냐는 겁니다.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른 두 사안을 병렬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시민들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에겐 법이 너무 무디다는 생각을 갖고 두 사건을 함께 비판하였습니다. 비판의 근거는, 적용되는 법의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공정한 법 집행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당연합니다. 정당한 분노입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했던 우리 사법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합니다.

그런데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봅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지 않았다면,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어느 버스기사의 판결이 공론화가 되었을까요? 지금이라도 공론화 돼서 다행이라는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약자에게 유독 강했던 사법 역사에서,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이 많은 서러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은 어땠을까요?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법의 잣대는 분명 바로 잡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서러움에 관심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약자들의 사법 피해와 슬픔에 대해서도 연대가 필요하고 그 연대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저도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가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꽤 많아 보였습니다. 광화문 집회에 나오려고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가족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주제는 참담했지만, 이만한 민주주의 학교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선한 연대가 사회적 약자의 피해와 슬픔에 좀 더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발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려면, 힘 있는 사람들의 특권을 없애는 것도 필요하고, 뭔가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그 부족분을 채워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법은 모두에게 공정해야 합니다. 우리의 슬픔, 우리의 분노, 우리의 연대도 조금 더 공정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저기 봄꽃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 낸 만개한 봄꽃을 보며 희망을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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