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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을 받으려던 나의 생각은 엉망으로

[에세이-고향생각] 배민서 / 완도출신 미국거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4.01 16:29
  • 수정 2017.04.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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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안네의 일기'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안네 프랑크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있을 때에 써 내려간 그녀의 생생한 마음의 일기이다. 이 책에서는 첫사랑에 빠진 그녀의 귀여운 일상들이 적혀있었고 은신생활의 어려움과 긴장감, 그리고 맑고 간절한 그녀의 기도가 숨쉬고 있었다.

"하느님! 나를 오래 살게 해 주신다면 ......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일생을 마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어린소녀의 꿈은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15세의 나이로 수용소에서 숨졌으며 해방 후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 1947년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었다. 언젠가, 나는 누군가의 몸에 서려있던 흉터를 보며 지나간 과거를 유추하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상처의 흔적들은 신체의 어느 부분에 있더라도 아름답지는 못하다. 내게도 샤워할 때 마다 만져지는 복부의 상흔은 나의 아픈 과거를 기억하게 하며 때때로 그 날들을 반추해 보게 만든다.

스무살 봄이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던 그 해의 봄은 몹시도 추웠다. 간호대학에 진학은 했지만 학비를 벌어야했던 나는 장학금을 받고자 공부에 온 열정을 쏟았던거 같다. 그러나 중간고사가 시작된 이튿 날부터 복통이 시작되었고 모든 것을 게워내어도 좀체로 나아지지가 않았다. 통증이 우측 하복부로 몰리는 거로 보아 충수돌기염이 분명한데 가진 돈도, 의료보험도 없던 나는 이를 악물고 중간고사 기간을 덜컹대는 버스에 아픈 몸을 기대어 학교에 갔었다.

그런데 문제는 통증이 너무 심해 시험지에 쓰여진 글씨가 전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진통제를 입에 털어넣고 얼마를 견뎠을까? 겨우 글씨가 보이면 부랴부랴~ 답칸을 채워넣기를 삼일째... , 그렇게 장학금을 받으려던 나의 계획들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아픈 배를 끌어안고 절뚝이며 집으로 돌아와 나는 방 한 쪽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온몸은 불덩이 같고 정신은 혼미해져 가는데 나는 한 가닥 살고싶은 바램으로 기도를 시작했었다. "하나님, 나를 살려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어느사이 뜨거운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려 배갯잇을 축축하게 적셨고, 누구에게도 손 내밀고 싶지 않았던 나의 자존심까지도 눈물로 흥건하게 젖고 있었다. 그 때에 어린조카들이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던 언니에게 연락을 했었나 보다! 언니와 함께 찾아간 작은 외과병원에서는 곧 바로 나를 응급 수술대로 옮겨 갔었다. 충수염이 터져 복막염으로 그리고 전신감염으로 죽음의 문턱에 까지 갔었던 내가 몇 번의 개복수술과 독한 항생제로 겨우 살아나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나는 한 알의 땅에 떨어지는 밀알처럼 나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죽을만큼 힘들었던 그 경험들은 죽을 힘을 다해 나를 살아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에 흥건하게 적셨던 내 자존심은 올바르게 나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는 길잡이가 되었다.

생명은 소중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진정한 나의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장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은 어떤걸까? 얼마 전에  나는 에디 킴의 '너 사용법'이라는 흥미로운 노래가사를 들었다. 나를 귀하게 사용해주길 바라는 것은 모든사람들의 소망이고 바램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나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며 지혜롭게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는 않을까? 내 몸에 필요한 적절한 영양과 운동, 사랑과 활력을 가득 부어준 후에, 자신이 가진 진정한 매력을 발견해가는 거라면 더 좋겠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진지하게 자신을 공부해 간다면 아마도 멋진인생을 살 수 있을거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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