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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주도전설 #4 슬픈 넌, 달빛에 아름답다

[스토리텔링 완도]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4.01 14:54
  • 수정 2017.04.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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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신녀 이영은 계속해 악몽에 시달렸다.
어디선가 사납고 날카로운 달빛이 날아들어와 윤우를 깊게 찌르는 꿈.
소스라치게 놀라 꿈에서 깨어나면 정갈한 마음으로 천신에게 염원해 보지만, 악몽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염장이 찾아왔다.
한 눈에 보기엔 귀한 상이었지만, 밝은 안광 뒤에 가려진 어두운 눈빛은 반역의 상이 엿보였다.
적잖이 경계를 하고 있는 이영에게 염장이 물었다. "이곳에서 청해진의 제사를 지내고 있나 보군요"
"그런데 앞으로 며칠이면 손톱달이 뜨는 그믐날이 되겠소?"
손톱달이라는 말에 놀라는 이영.
그 자리에 굳은 채 아무런 말없이 염장을 바라보자, 염장은 그녀를 뒤로 하고 다시 장도로 향했다.
염장이 다녀간 후, 이영은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져 윤우에 대한 그리움은 더 깊어만 가고...
한편 청해진에 들어 온 이후, 하루가 다르게 장보고의 총애를 얻어가는 염장.
그렇게 총애를 얻게 되자, 염장은 호시탐탐 장보고의 암살을 노렸다.
하지만 워낙에 빈틈이 없던 장보고인지라 암살의 기회는 쉽사리 엿볼 수 없었다.
그때 염장이 눈을 돌린 건, 왕비로 간택되지 못한 장보고의 딸 버들아씨였다.
그녀와 함께하던 경응 왕자가 신라로 돌아가 왕위에까지 올랐지만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 설움과 애석함에 웃음을 잃어버린 버들아씨. 경응 왕자를 그리워하는 버들아씨에게 염장은 마치 큰 오빠라도 된냥 살뜰히 살펴주게 되는데, 평소 애주가로 소문이 나 있던 장보고는 버들이의 아픔으로 인해 술을 멀리했지만, 나날이 명량하게 변해가는 딸의 모습에 크게 감격해 염장에게 술을 청했다.
그 날은 그믐달이 처염한 맵시로 싸느랗게 귀기를 뿜으며 칠흑같은 밤하늘에 매섭게 걸려 있던 날이었다.
그믐달 아래, 술잔을 마주한 장보와 염장.
대화는 자연스레 청해진의 앞날과 신라 조정으로 흘러갔다.
"장군, 이럴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이것은 신라 귀족놈들이 장군을 얕잡아 봤기 때문입니다. 한 번 신라의 귀족놈들에게 본떼를 보여야 합니다"
장보고는 염장의 말에 댓구도 없이 계속해 술잔만 들이켰고, 염장의 그 모습에 더욱 장보고의 염장을 질러 가는데, "장군, 이게 다 그 잘난 뼈대 때문이 아니겠소? 바다에서는 해적이 난립해 제 백성이 약탈 당하고 노예로 팔려가는 것조차 막지 못하는 무능한 자들이 같잖은 진골이니 뭐니 하면서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 골품제를 내세우는 것 아니겠오."
"아쉬울 때는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으면서 갖은 말로 아첨을 떨더니 다시 권력을 잡고선 핏줄을 내세워 섬놈이니 미천한 자라며 모욕을 주는 저 놈들 말이오"
"저 귀족 놈들을 이대로 둔다면 신라는 망하게 될 겁니다. 신라 왕실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그들을 도륙을 내야합니다"
자신이야 권력에는 큰 뜻도 없었지만, 금지옥엽 키워 온 버들이의 상심, 또 지금부터 조정과 반목하게 되면 청해진의 앞날이 적잖이 염려되는 장보고였다.
그 날은 여러 심사가 뒤틀려 몸을 가눌 수도 없을만큼 취해 버린 장보고.
염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장보고를 처소로 데리고 가는데, 이미 인사불성으로 취해버린 장보고를 자리에 눕히고서 천천히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드는 염장.
신라 조정에서 장보고에 버금가는 자리를 주겠단 약조를 떠올리면서 장보고의 심장을 향해 비수를 꽂게 되는데 이 때가 서기 846년이었다.
시이저가 측근 부르터스의 칼을 맞고 쓰러지면서 "부르터스, 너마저!"란 말을 남겼듯 이에 버금가는 동양의 사건이 바로 염장이 장보고를 칼로 찌른 사건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염장 지르다"는 바로 이 사건을 빗대서 나온 말.
염장은 생각했다.
'이제 이곳만 안전하게 빠져나가면 청해진은 나의 것이다!'
장보고의 끊어진 숨을 재차 확인한 염장은 창문을 통해 막 빠져나가려는데, 그 순간, "이런 죽일 놈, 네 이놈 염장아!"(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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