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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호랑가시나무' 상징성 살리기

[완도칼럼]박두규 / 전라남도청소년미래재단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3.17 11:38
  • 수정 2017.03.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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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전라남도청소년미래재단 원장

완도신문의 칼럼 쓰기는 뜻밖이다. 그럼에도 응한 것은 필자가 20대 시절 완도에서 근무한 추억이 서렸고, 지금도 업무상 자주 다니는 곳이기 때문이다. 글 쓰는 일은 늘 힘들지만 마음속의 추억을 되살리는 즐거움으로 해보겠다.
화흥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1978년 1월 겨울방학 당직 때로 기억된다. 웬 사람이 학교 울타리와 화단을 둘러보고 있었다. 모른 체 해도 되었지만 운동장으로 나가서 다가갔더니, 외국인인 그가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그는 화단에 있는 호랑가시나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많이 있는 곳을 아느냐고 물었다. 잘 몰랐지만 완도 서부길 몇 곳을 동행하여 호랑가시나무를 찾아봤다. 그는 완도에서 호랑가시나무와 유사한 특이종을 발견하여 ‘완도호랑가시나무’라고 이름을 붙여 국제식물학계에 보고할 거라고 했다.

그 다음 여름방학에는 민병갈 씨와 약속한대로 ‘천리포 수목원’을 찾아갔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서해안의 낯선 수목원. 그곳에는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나무와 백두산에서 들여왔다는 나무들이 있었다. 놀라웠다. 남북이 대립 상태이던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에 백두산까지 다녀왔다니. 그 날 밤, 천리포수목원을 찾아온 온 손님들과 어울림도 신선했다.

2015년 ‘전라남도 청소년수련원’을 방문하여 일을 보고, ‘완도 수목원’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수목원의 완도호랑가시나무는 고인이 된 민병갈 씨가 식물학계에 보고하여 완도라는 지명으로 이름붙인 자랑스러운 나무라고 했다. 이젠 세계적으로 알려진 천리포식물원의 상징이 되는 나무도 완도호랑가시나무다.

“완도호랑가시나무 :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인 민병갈 님이 남해안 지역을 여행하던 중에 완도에서 발견하여 국제식물학계에 보고한 희귀종이다. 우리 토종 나무인 완도호랑가시는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가 자연 상태에서 교잡하여 이루어진 자연교잡종이어서 생태와 생김새가 호랑가시나무를 빼닮았다. 봄에 피어나는 자잘한 꽃은 물론이고 겨울에 맺히는 빨간 열매까지 호랑가시나무와 똑같다. 그러나 잎 모양이 호랑가시나무와 달리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며, 가장자리에 난 가시도 작고 억세지 않다. 학명으로 우리 식의 이름을 가진 몇 안 되는 귀중한 식물이다.”

위의 글은 「슈베르트와 나무」(고규홍)에서 인용한 것이다. 세계 식물학계에서 완도를 고향으로 인정하는 나무! 이렇게 고귀한 완도 자생종인 ‘완도호랑가시나무’의 상징성을 드높이고 활용하는 길은 없을까.
우선 완도의 상징인 군목(郡木)으로 삼으면 좋겠다. 완도군청 홈페이지를 보니 군목은 동백나무, 군화(郡花)는 동백꽃이었다. 동백을 상징하는 나무와 꽃으로 동시에 정했다. 죽청리 동백수림이 천연기념물이고, 완도 수목원에 우리나라 최대의 군락지가 있으니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구분지어서 군화는 동백꽃으로 하고, 군목은 완도호랑가시나무로 바꾸면 어떻겠는가.

다음으로 완도호랑가시나무를 정원수로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완도가 청정 바다와 섬으로 이루어졌고 수산업의 산실이라는 것에 더하여 식물종의 탄생지라는 것. 귀한 자산 아닌가. 정원 가꾸기에 관심이 커가는 시대에 완도호랑가시나무를 여러 지역에 보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그것이 바로 앞으로 우리가 써나야할 청해진 백년의 꿈이자, 그것이 우리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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