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버님이 다문화예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3.17 11:25
  • 수정 2017.03.17 11:3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화

태화수산/다문화 가정

 어쩌다 완도신문을 사랑하는 독자의 일원으로 신문에 글을 세편 째 쓰게 되었다. 어쭙잖게 쓰는 글 읽어주시고 잘 썼다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서서 한편으로 힘이 나지만 남에게 보이는 글을 쓴다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3월에다가 세 아이 엄마인지라 날마다 학교에서 깨알같이 적어서 보내오는 알림장이 많은 시즌이다. 가족 관계를 쓰다보면 늘 다문화 가정에 체크를 하게 된다. 사실 체크를 하면서 괜히 아이들에게 편견이 있을까 봐 그냥 하지 말까 망설이다 체크해서 보낸다. 나는 다문화라는 단어를 굉장히 싫어한다. 다문화 정책이 외국에서 온 우리들에게 많은 힘이 되고 의지가 되고 있음은 분명 하지만,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편견과 다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택배 포장이 한창인  오후에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 담임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가정 방문 시간을 알려 주시면서 조심스럽게 물어 오신다.
“어머님 ㅇㅇ가 다문화가정에 체크가 되어 있던데 혹시 아버님이 다문화이실까요?”
하는 말씀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ㅎㅎㅎ 아뇨 선생님 제가 다문화입니다.” 라며 웃으며 대답하였더니,“네? 어머님이요? 전혀 아닌데요”
그렇게 선생님은 나의 눙숙한 한국어에 깜짝 놀라셨나 보다. 생긴 것도 한국인과 똑 같고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억양까지도 경북지역 방언을 쓰고 있는 나를 누구도 중국사람 이라고 믿지 않는다. 결혼한지는 십삼년, 국적취득한지 9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나에게는 늘 다문화 가정과 중국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사람들은 늘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한국과 중국이 축구 시합을 하면 누구를 응원하겠냐고? 참 어렵다.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냐 라는 대답처럼 말이다.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이 서울 산다고 서울사람이 되는 게 아니듯 중국에서 태어 난 내가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한순간에 한국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한참 추억의 향수를 일으켰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나는 그 시대를 공감하지 못했다. 그저 나의 십대와 이십대를 추억할 수 있을 뿐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서글펐다. 그러나 나의 삼십대와 사십대는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에 분노 했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격분했으며, 세월호 사건에 누구보다도 가슴 아프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결국 국민의 승리로 끝난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감탄 했고,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

이런 내가 누군가의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물론,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의 눈에는 한국인 흉내 잘 내는 코스프레를 하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다.  편견이라는 짙은 색안경을 쓰고 본다면...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