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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음식이란 그리고 선물이란...

<에세이>선물을 전하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3.03 11:04
  • 수정 2017.03.0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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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자영업

10년 전 쯤에 친한 집사님이 서부유럽 연수를 다녀오시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쌍둥이 칼을 선물로 사오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칼은 선물로 안하니까 1000원만 주시오"
그래서 과도와 부엌칼을 선물로 받아 하도 유명한 칼이라서 애지중지하면서 10여년을 넘게 써왔다.
그런데 아주 멋졌던 칼이 날이 다 달아져서 길다란 모습이 되어버렸다.이 칼을 이렇게나 많이 썼구나 식당생활 6년 만에 칼이 이렇게 다 닳아지다니...

2호점을 오픈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친구가 개업기념으로 선물을 사준단다.
농담으로 "그럼 칼 사줘!" 그랬더니 곰살맞은 친구는 대장간에서 씀지막한 칼과 횟감용 칼, 과일 깎는 과도 그리고 생선 따는 칼 등 쓰기에 딱 좋은  4개의 칼을 선물했다.
사용할 때마다 친구의 마음씀씀이에 감동하고 어느덧 1년이 지났다. 횟감용 칼과 과도칼은 많이 쓰지 않아서 용케 그대로 있으나 두개의 칼은 수명을 다하게 된것 같다.
받아서 기분 좋았던 선물이 하필, 칼이었지만 참 유용하게 잘 썼고 지금도 잘 쓰고 앞으로도 칼날이 다하는 순간까지 잘 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선물로는 100점인 선물인 셈이다. 나는 누구에게 선물을 그렇게 마음에 들게 해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특별히 가족들의 생일이 돌아와도 생일 선물을 고르려면 종종 머리 아플 때가 많다.
어르신들이야 현금으로 드리면 더욱 좋아하시겠지만 남편에게나 내 생일 때에도 특별히 마음에 쏙드는 선물을 골라 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로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다.
식당을 시작한지 5년이 지나자 처음 먹었던 열정도 없어지고 맨날 아픈사람모양 시들시들한 날보고 남동생이 지나가는 말로 문득 "누나! 누나가 건강해지려면 글을 다시 써야 되겠소." "그럴까?" 그렇게 해서 글을 다시 쓰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글이란 선물이란 그리고 음식이란 같은 것 같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이 장금에게 그러지 않았던가! 장금이 한상궁에게 말하길, 아랫배는 차지 않은 지? 목은 아프지 않은 지? 꼬치꼬치 물으시고는 찬물을 주기도 하시고, 따뜻한 물을 주기도 하시고, 단물을 주기도 하셨다고.
그러자 한상궁은 장금에게 "너의 어머니께서는 물도 그릇에 담기면 음식인 것을 알고 계신 분이다. 또 그것이 음식이 되는 순간에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제일임을... 음식은 사람에 대한 마음"임을 알고 계신 분이었구나!"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쓰는 글. 그 글은 자신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 선물이 그런 것이 아닐까?

그동안 책을 읽을 시간도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없었던 내가 다시 밤을 세워 책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옛날에 써두었던 글들이 어딘가에 저장되었을텐데 하면서도 찾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해변도로에 있는 지금의 큰 식당으로 이사오자 동생이 이전 기념과 글을 다시 쓰게 된 선물이라면서 노트북을 사주었다.
그런데 노트북 안에 예전에 써두었던 글을 어떻게 저장해 두었는지 한화생명 광고디엠까지 다 모아 두었다.

거기에다 피곤하면 영화도 한편씩 보라면서 훌륭한 세프가 나오는 영화까지 깔아 놓았다.그리고 클래식에서, 복음성가, 7080 가요까지...
컴퓨터를 열어본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에 드는 선물이었다. 고맙다! 착한 내동생!
누나가 좋은 글 많이 쓰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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