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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별

[독자에세이]김귀종 독자(군외면 달도)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2.10 14:49
  • 수정 2017.02.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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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설날을 맞아 6남매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걸보니 분명 무슨 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틀 뒤로 다가오고 있는 운명을 짐작조차 못한 어머니는 그저 자식들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에 취해 있습니다.
가까이서 슬픈이별이 다가오고 있는 줄을 까맣게 모른 체 말입니다.
설날 일찍 아버지 산소에 다녀온 가족들이 흔적이라도 지우려는 듯 어머니 손때 묻은 가구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기 시작합니다.(아직은 쓸만하니 놔두라)는 어머니 말씀은 먹히질 않습니다.
오빠들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만 보던 막내는 울기 시작합니다.
시부모님과 어머니를 함께 모실 수 없는 못난 자기 자신이 원망스럽고 70여년 고향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어머니가 낯설고 물설은 곳에 가서 남들과 같이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되니 정말 미칠 것 만 같습니다.
요양원에 갔다 살아 돌아온 이가 없다는 건 더욱 가슴을 메이게 합니다.
요양원에 간다고 온가족을 모아놓고 큰아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어머니 우리 자주 들릴게요) 그리고는 더 이상 말을 못합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어머니는 까무라치듯 발광하듯 울기 시작합니다. (나는 죽어도 이집에서 죽을란다)하시면서 막내를 품에 꼭 끌어안고 서럽게 울기 시작합니다. 「요양원에 안가고 너랑 살란다」고 말입니다.
그럴수록 막내딸은 복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서럽게 울어댑니다.
온가족이 뒤엉켜 울기 시작하더니 온 집안이 눈물바다가 되버렸습니다.
안 간다고 못 간다고 울며불며 몸부림치는 어머니는 큰오빠의 힘에 눌려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양 끌려가듯 차에 태워지고 맙니다.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옆집여인이 할머니 곁으로 다가 가더니 주머니 속에서 꾸깃꾸깃 구겨진 빛바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더니 할머니 손에 쥐어주고는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놓지 못합니다.
(아짐 잘 가시오. 다음에 또 만나요) 여인의 마지막 인사일겁니다.
여인은 너무 목이 매여 더 이상 말을 못한 체 그 자리에서 떠날 줄 모르고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차가 떠난 뒤에도 한참동안을 말입니다.
여인이 서있는 자리에는 어느새 하얀 눈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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