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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쩌것어? 될때 꺼정 살아야제...”

[뉴스 후]10년만에 다시 찾은 약산 효부 김찬임 할머니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7.01.26 09:39
  • 수정 2017.01.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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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불편하신 시어머니 5년전 110세로 세상 떠나,
86세 고령으로 지체장애 시누이 아직 돌보고 있어

2007년 1월26일자 본지 591호 1면에 “105세 시어머니 모시는 76세 며느리”란 제목으로 보도된 약산면 구성리 김찬임 할머니(86)를 10년만에 다시 찾았다. 본지가 최초 취재해 보도한 당시 김찬임 할머니는 살림살이가 힘든 여건 속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완도 최고령 시어머니와 정신지체 1급 장애인 시누이를 효성과 연민으로 돌봐 주위에 큰 귀감이 됐다. 아울러 그해 ‘2007년 국민훈장 동백장’과 ‘제32회 삼성효행상 효행대상’을 수상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오전 일찍 찾아간 날 약산 구성리 김찬임 할머니 집엔 아무도 없는 듯 적막만 흘렀다. 방문을 두드려 보고, “안계십니까?”하고 몇 번이나 불러봐도 반응이 없었다. 빼꼼히 방문을 살짝 열어 안을 보니 시누이 김명덕 씨(66) 같은데, “김찬임 할머니 어디 가셨을까요?” 물어봐도 나는 모른다며 굉장히 사람을 두려워하는 눈치다. “다시 올께요”하고 방문을 닫고 마을로 내려 갔다.

마을 이장님과 사람들에게 수소문해보니 “감태나 매생이 일을 하러 바닥(바다)에 간 것 같다”고 알려줬다. 혹시나 하고 마을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보기도 했는데, 결국 찾지 못하고 점심을 인근에서 해결하고 오후 1시가 넘어 다시 구성리 집에 가보니 집 근처 창고 건물에서 굴을 까고 있는 김찬임 할머니를 반갑게 발견했다.

가장 먼저 거동이 불편했던 고령의 시어머니 소식이 궁금했다. 김찬임 할머니는 “한 5년 더 사시다 110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사람이 태어나면 가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시어머니 돌아가실 때 이것저것 생각이 나고 시원섭섭했다”고 덤덤히 시어머니의 소식을 전했다. 그래도 당시 받은 효행상 상금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맛있는 것, 잡수고 싶으신 것 사드렸다”며 당시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나타냈다.

또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시누이는 아직도 방 안에만 있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장애인 이동목욕을 지원받아 한달에 한번 씻기는데, 그때마다 “내가 못하는 것도 그렇고, 일부러 와서 고생하시는 양반들 대접할 것도 없고 해서...” 마음이 아프단다. 시누이가 언제부터 지체장애가 생긴 거냐고 하니, 김찬임 할머니는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졸업 후부터 아프기 시작하더니 저렇게 돼버렸다”고 했다.

당신도 연로하신데 시누이 돌보는게 힘들지 않냐는 말에는 “나도 나이가 많아 신경통으로 어깻죽지도 아프고, 젊어서 언덕에 떨어져 크게 다쳤던 허리가 아파. 내가 저것 때문에 고생이 더 해...”면서도 “그래도 어쩌것어? 사람 인력으로 안되는데 될 때 꺼정 살아야지...”한다.

여태까지 이일 저일 살살 몸이 움직여주는 한은 일을 하며 지낸다는 김찬임 할머니에게 시어머니가 5년전 세상을 뜬 것 외에도 다른 변화도 생겼다. 최근엔 막내아들이 근처 옆집으로 이사와 살고 있는 것. “아래 공터에 버스 있나 봐봐”라며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막내 아들이 버스가 없으면 일 나간 것이라고 알려준다. 팔순을 넘긴 어머니에게 나이 들어 자식만큼 든든한 것이 있을까. 효(孝)가 대(代)를 이어 실행되길 두손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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