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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아하면 완도 먹여 살리는 기업으로 인식되도록”

[리더스]해조류 가공업계 젊은 CEO, (주)향아식품 김철우 부사장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7.01.26 08:13
  • 수정 2017.01.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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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대를 이어 해조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주)향우식품 김철우 부사장은 MBA과정을 마친 젊은 CEO로 전통적 가내수공업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해조류 식품가공회사로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


㈜향아식품은 우리나라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식품회사인 ‘오뚜기’에 미역을 납품하는 업체로 지역에 잘 알려진 회사다. 회사의 모태는 현 김월성 사장의 선친과 작은 아버지 김복천·김병오 형제가 1988년 설립한 청산식품이다. 물론 회사 설립 이전 십수년 전부터 미역 납품을 해왔으니, 서류상 기업의 나이보다 실제 나이가 더 많다.

청산식품은 그간 주로 염장미역과 건미역 가공·납품이 주요 사업아이템이었다. 2008년 기업운영상 필요에 의해 청산식품은 법인기업 ㈜향아식품을 설립한다. 그리고 2010년을 기점으로 약 100억원을 투입해 해조류 가공식품 제조 인프라와 판매망을 갖추기 위한 여건들을 파죽지세로 갖춰 나갔다. 2011년 제품 연구 전담부서 설치, 경영 혁신형 중소기업 인증, 유망 중소기업 선정, ISO 9001, ISO 14001 인증, 2013년 제2공장(식품제조) 착공·준공, 2014년 제2공장 HACCP 인증, 2015년 본사 이전(씨푸드 인수)·기업부설 연구소 설립(국가 인증 완도 최초), 2016년 장류 제품군 HACCP 추가 인증, 롯데슈퍼 PB상품 계약·납품, 2016년 미국 유통기업 리틀도쿄마켓 플레이스·한남체인 수출협약, 2017년 킴스클럽 전 점포 납품 등이 그동안 추진해 온 내용들이다. 매출액도 제2공장 제조공장이 건립된 3월부터 첫 가동한 2013년 그해 3억, 2014년 5억, 2015년 7억, 2016년 12억으로 늘어나 매출 신장세도 탄력이 붙고 있다.

연구, 생산, 마케팅 등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그냥 있는 것 그대로 해도 벌어먹고 살텐데”라고 기운 빼는 소리도 들어봤고, 직원들의 복리후생으로 법적으로 규정된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시간 외 추가 수당 지급 등을 실행하니 “지역의 업체운영 현실과 너무 안맞다”는 충고도 주변에서 나왔다. 사실 1~20명도 아니고 정규직 40여명에 그 외 물량이 늘어나면 120여명까지 직원들을 고용하다보니 복리후생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벅차기도 했다.

그동안 지역업체의 가내수공업(가족끼리 운영)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직원 가족회사’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단순히 오뚜기 납품업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해조류 가공식품 회사로 거듭나 3대째 대를 이어가는 향토기업을 만들고, 규모와 매출만 커지는 회사가 아니라 내용도 괜찮은 제대로 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향아식품의 변화의 정중앙엔 김철우 부사장(39)이 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손을 데기 시작했다. 그는 광주에서 대학과 식품경영 MBA 과정을 마친 젊은 CEO다. 무엇이 전통적인 가내수공업 중심의 업체를 해조류 식품가공 회사로 변화시키게 했을까? 그를 만나 그간의 혁신 과정과 그 배경, 앞으로 ㈜향아식품의 변신에 대해 들어봤다.

㈜향아식품은 어떤 회사인가?
완도죽청농공단지 내에서 지역특산물인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를 채취해 가공하는 해조류 가공식품을 만드는 회사다. 국내 미역 양식 1세대인 할아버님 대(代)부터 일본 수출을 시작해 3대째 해조류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곳이다. ‘향아’라는 이름은 ‘향기나는 맛’이란 뜻으로 우리 제품의 중요한 컨셉이다.

기존의 염장미역, 건미역 1차 가공을 넘어 본격적인 가공식품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해조류, 특히 미역과 다시마 사업은 그냥 투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하면 벌어먹고 살 수 있다. 투자를 꼭 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업체분들의 입장도 맞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시장상황과 여건들이 우리 세대까지는 밥먹고 살지만 그 이후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투자를 안하면 확장도 어렵고, 변화가 없이 그대로 가다가는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다고 봐서 제품생산을, 주력상품을 다양화해 매출신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가공식품으로 가야 되겠더라. 투자는 도박이랑 똑같다. 설령 잘못 되더라도 쓰러지지 않게 백업 해주고 움직이고 있다.

㈜향아식품의 제품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어떤 것들이 있는가?
㈜향아식품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서울로 상경한 완도(서상완, http://hyangamall.com)’이라는 카피로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즉성냉동국류다. 매생이국, 톳된장국, 전복미역국, 보리새우미역국, 성게미역국으로 다양하다. 둘째는 반찬류다. 해조류모듬장아찌, 다시마장아찌, 김장아찌, 굴비장아찌, 홍초마늘장아찌, 구이돌김 등 다양하다. 셋째는 장류다. 감칠맛을 내주는 볶음고추장류다. 다시마볶음고추장, 톳볶음고추장, 멸치볶음고추장, 황칠전복볶음고추장으로 다양한 감칠맛을 냈다.

제품의 주재료인 미역산업은 요즘 상황이 어떤가?
다시마와 미역은 사업아이템 중 안전한 품목이다. 2010년경을 중심으로 돈이 되니 업체들이 더 생겨나는 상황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건도 미역산업 호경기에 영향을 줬다. 미역산업은 협력이 중요하다. 양식어민을 얼마나 확보하냐가 관건적인 문제다. 생산자와의 신뢰, 자금이 다 필요하다. 미역산업 특징이 흐름을 탄다는 거다. 현재 흐름상 생산력 떨어지고 있다. 대규모 공장은 보통 1만t이 넘어가야 가동한다. 물량확보를 위한 백업(Back Up) 플랜을 업체마다 준비해야 되는 입장이다.

유독 냉동국 제품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똑같은 1차 생산품목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 가공으로 가자고 판단했다. 그런데 가공으로 가더라도 대기업과 경쟁에서는 답이 안나왔다. 그런데 조사해보니 냉동 국시장이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냉장을 선호하지만 미국 같은 곳은 냉동을 선호한다. 1인용으로 가족 식문화 변화에 맞춰 고안해 냈다. 또 대기업이 들어올 필요없는 시장이라는 측면도 있었다.

직원들의 복리후생이 좋다는 주변의 얘기가 많다.
거창하게 이익 재분배 이런 건 아니다. 기본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추가수당 지급, 식사제공 등 모두 직원들이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될 부분 아닌가. 회사가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먼저 챙김으로서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라는 소속감을 주고 싶다. 그전엔 혈연중심의 가족회사였다면, 지금은 직원중심 가족회사라 생각하고 복리후생을 강화했다. 젊은 다문화가정 직원이 많아 그들의 아이들을 맡겨 놓을 수 있는 5년 이내 회사 안에다 어린이집 개관을 계획하고 있다.

회사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철학이랄 것도 아니다. “그냥 같이 살자”다. 회사도 살고! 직원도 살고! 예전 같으면 돈 벌면 회사에서 다 가져겠지만, 지금 우리는 그만큼 번만큼 회사에, 회사 직원들에게, 회사 제품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외형적으로만 커진게 아니라 운영에서도 내실있는 회사다운 회사를 만들어 가보고 싶다.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직원들은 대부분 몇 년씩 근무한다. 그것을 넘어 평생 직장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식품가공이 사업 중에서도 어렵다던데, 그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나?
그냥 할아버지, 아버지가 만들어 낸 미역을 열심히 팔았으면 놀러 다니고 있을텐데, 날마다 후회하고 있다.(웃음) 미생물 문제로 잘팔리는 제품이 부풀어 올라 2천만원 어치를 다 폐기처분하기도 했다. 그게 식품가공이더라. 또 식품이다보니 소비자 불만을 대처하는 것도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사업 확장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그나마 사장님(아버님)이 뒤에서 딱 버티고 계셔서 버팀목이 됐다. 지금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리고 식품제조다 보니 제품의 안정성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영업이야 뭐 스트레스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데미지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또 직원 수가 많아질수록 노무관리가 어려웠다. 직원들의 요구사항들이 점차 늘어나 초반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이야 그러려니 하고 서로 이해하고, 의견들을 받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역에서 사업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해조류산업의 특징은 사람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출 대비 40% 정도가 인건비로 재분배된다. 단순업무 사람 구인도 그렇지만 연구직 등 전문직 사람 채용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지역에 “사람은 많은데 쓸만한 사람이 없더라”는 말을 이해하겠더라.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자리잡은 건 아니지만 1차 목표로 “5년은 견디자!”라고 마음 먹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 그에 따라 조금씩 시장이 열리고 있다. 좋은 제품 만들어서 마케팅 잘해서 잘 팔아 ‘향아’하면 완도를 먹여 살리는 기업으로 인식되도록 인정받고 싶다.
해조류 외에 완도 농산물을 이용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고향인 청산에 농지가 있어서 직접 재배한 완도 농산물을 직접 가공 생산한 제품은 지금 공장 여건이면 갖춰진 설비에서 큰투자를 안해도 만들 수 있다. 상품 구색을 해조류 상품에서 확장한다는 차원도 있고, 수산물 중심에서 탈피해 보려는 일환이기도 하다. 몇 년안에 꼭 실현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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