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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이 드러날수록 성장한다

[전문가 칼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1.26 07:50
  • 수정 2017.01.2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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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일 / 세계인학교 대표. 완도성광교회 협동목사

세계인학교 교육 중 하나가 캠프를 통한 교육이다. 방학을 이용해 1년에 최소 두 번 이상 모든 아이들이 캠프에 참여한다. 아이들은 공동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내면서 성장한다. 드러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아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때론 욕이라도 표현하는 것이 표현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사실 가장 접근하기 어렵고 변화시키기 어려운 아이는 표현하지 않는 아이다. 그저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아이다. 잘하는 것 같지만 어느 날 확인해 보면 엉뚱한 길로 가는 때가 많다.

방학 중 첫 캠프가 지난 12월 말에 있었다. 완도에 사는 5,6학년 아이들과 세계인 오사카 비저닝 캠프를 다녀왔다. 아이들 중 기억에 남는 두 부류가 있다. 첫째 부류는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아이들이다. 끊임없이 묻는다. 길, 사람, 음식 등에 대해 묻는다. 사실 대답할 수 없는 것들도 많지만, 선생이 다 대답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질문한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많이 질문한 아이가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관찰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주변 세계를 눈 여겨 봤다는 증거이다. 이런 아이들은 급성장 한다. 지금은 묻고 또 묻지만 때가 이르면 스스로 탐구해서 자율적 성장을 이룰 것이다.

두 번째 부류는 뭔가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이다. 때로는 티켓을 때로는 길을 잃어버린다. 이 아이들의 특징은 질문하지 않는 것이다. 이동할 때도 선생 주변에 있기보다 맨 뒤를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선생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곳이다. 따라서 질문할 거리도 별로 없다. 분명히 여러 번 주의를 주었음에도 잃어버린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다. 사실 실수의 형태는 다르지만 성격은 같다. 잘 묻지 않고 혼자 판단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혼자 판단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어리고 낯선 곳에서는 질문하는 것이 필수다. 그래야 방향과 길을 잃지 않는다. 어리석은 질문일지라도 반복하는 아이가 결국 성장한다.

방학 중 두 번째 캠프가 지난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캄보디아에서 있었다. 24명의 청소년들과 5명의 교사들이 캄보디아 프놈바삿 지역에서 봉사를 했다. 캄보디아 시골의 삶은 여전히 우리의 오랜 과거와 같다. 수도가 없고 제대로 갖추어진 화장실도 샤워장도 없다. 아이들은 과거 우리가 그랬듯이 머릿니로 고생하고 있다. 낮에는 더위와 싸우며 밀려오는 아이들을 섬기고 밤에는 모기와 벌레와 사투를 벌인다. 음식은 직접 해먹으면서 캄보디아 시골살이를 톡톡히 했다. 이번이 일 번째 캠프지만 이번 캠프를 통해 공동생활을 통해 깨달은 몇 가지가 있다.

세계인이라면 잘 관리해야할 세 가지 영역이 있다. 첫째는 자기관리이다. 자신의 안위와 시간, 의식주, 자신의 주변을 청결하게 잘 관리해야 한다. 둘째는 평판관리이다. 평판관리는 제 3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언행, 삶의 가치와 태도, 타인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숙고하는 일이다. 아이들도 서로를 평가하고 평가가 좋은 아이들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인다. 끝으로 관계관리이다. 이것은 특히 인간관계, 친구관계, 조장과 조원의 관계를 말한다. 청소년들은 모두 조장으로 섬기는데 어떤 조장은 많은 아이들을 맡아도 감당하고 어떤 조장은 숫자가 적어도 감당하지 못한다. 이 세 가지 관리에 탁월한 아이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결국 여러 날 캠핑을 통해 우리의 민낯은 다 드러난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삶과 같다. 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이러한 관리들이 망가지는 순간 에덴은 ‘실낙원’이 되어 버린다.

이제 마지막 캠프인 뇌서재캠프를 앞두고 있다. 3일 동안 대한민국 대표 서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서점살이를 한다. 아이들의 뇌가 무엇으로 채워질지 어떤 성장이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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