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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도 비껴 간 완도, 김영란법에 침몰"

소비심리 위축·대형 유통업체‘저가형 선물’판촉공세로 명절 특수 기대 사라져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7.01.19 16:12
  • 수정 2017.01.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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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비해 설 주문 물량이 절반 가량 줄어 (주)바다명가 물류창고에 비축된 선물세트가 출고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인해 명절이면 으레 한몫 잡았던 완도 지역특산품 업체들의 주문량이 절반으로 반토막 나는 등 명절 특수가 아예 실종되면서 “IMF 때도 비껴 간 완도가 김영란법에 침몰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김, 미역, 다시마 등의 완도 특산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실속있는 선물세트라 IMF 금융위기 때도 큰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20~30년 완도 지역에서 운영한 특산품업체들도 “그래도...”라며 내심 기대했던 명절 특수가 사라지고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되자 어쩔 줄 몰라하는 분위기다. 완도군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김영란 선물세트'를 출시했지만, 판촉에 대한 번지수부터 잘못 짚었다는 비판과 더불어 더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완도우체국과 지역특산품 업체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동안 전통적으로 특수를 견인해 온 건어물업체들은 대부분 주문량이 25~5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만들어 놓은 선물세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명절 특수를 대비해 임시로 고용한 인력을 감축해야 할지 예년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절망하는 분위기다.

오픈마켓 판매 지역 선두주자인 ㈜바다명가 장민석 대표는 “작년에 6만개 조미김 선물세트가 판매됐다. 올해는 아무래도 여러 여건상 어려울 것 같아 3만개만 미리 선물세트를 준비했는데, 그것도 출고가 다 될지 모르겠다”며 상황이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올해 김 작황이 안좋아 가격이 2배 이상 인상된 것도 건어물업체들에겐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복의 경우 일부 홈쇼핑 납품업체를 제외하면 규모가 있는 유통업체들은 아직 큰반응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전복업체들은 기존 거래처 등 주문이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복은 보통 명절 휴일 바로 며칠 전 2~3일에 주문이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선주문 등 상황이 지난해에 비해 큰 차이가 나고 있어 좋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생전복과 전복가공식품을 함께 취급하는 ㈜청산바다 성현 부장은 “5만원 이하의 김영란 선물세트도, 그전에 선주문 들어왔던 가공식품도 반응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전복은 서울이나 인천, 부산으로 올라갔던 도매물량도 대폭 감소해 유통업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 명절 특수가 사라진 이유는 뭘까? 그것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대형 유통업체들의 저가형 선물세트 공세로 지역특산품 업체들의 기존 ‘저가·실속형’ 비교우위가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란법이 가격에 관계없이 대가성이 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소비심리 위축을 가져왔고, 기존의 고가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판촉을 해왔던 백화점·대형마트 등이 저가형 중심의 선물세트를 내놓으며 홍보를 강화한 것이 오히려 지역업체들의 시장을 잠식해 주문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렇게 완도지역 특산품업체의 전반적인 설 명절 특수가 저조한 가운데 전국적으로 저가형 선물세트 주문량과 택배배달량이 늘어났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완도군의 김영란법 대응을 두고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며 명절 판촉에 대한 번지수부터 잘못 짚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오픈마켓 등에서 5만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 주문량과 택배업체들 배달량도 늘어났다. 우정사업본부도 18일 설 특별소통 기간 첫날인 지난 16일 전국 우체국에 접수된 배송물량은 167만 616상자로 본부 예상치인 156만 1375상자보다 6.9%(10만941상자) 늘어났다고 밝혔다.

완도군(군수 신우철)도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판매부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모색 차원에서 지난 9일부터 26일까지 17일간 서울, 대전을 비롯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설맞이 판촉행사와 자체 온라인몰 완도군이숍(wandoguneshop.com) 66개 입점업체와 함께 김영란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그러나 대도시 판촉행사와 김영란 선물세트 출시에 대한 업체들의 반응은 현재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기존 판매방식과 상품을 그대로 내놓은 생색내기 대응법”라며 평가절하와 함께 실질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다.

저가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쪽에 더욱 적극적으로 판로개척을 했던지, 자체몰 판촉을 중심으로 온라인팀을 구성해 별도의 자립적인 판촉마케팅이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업체들의 질타는 완도군의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여기에 김영란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한 자체몰 완도군이숍도 그동안 발전적 투자가 되지 않아 주문량이 감소한 것도 완도군이 과연 김영란법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고심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을 살만하기에 충분했다.

완도군 이숍 김태용 담당은 “지역업체와 비슷하게 김영란법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작년 추석 때부터 인원을 2명에서 1명으로 감축하고, 주문전화도 2대에서 1대로 줄이면서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완도군이 말로만 지역경제활성화를 모색하고, 실질적 대응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꼴이다.

다시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이 정치권과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여론악화에 따른 면피용 아니냐는 지적과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행령 개정에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그마저도 언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완도군 차원에서 적극적인 자구 특별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지역특산품업체의 설 특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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