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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물은 나의 가슴을 끄고

[문학의 향기]풍란화보다 더 매운 향기 '만해 한용운'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1.13 17:23
  • 수정 2017.01.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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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이 나의 눈속에 들어오고 내 마음에 당신의 마음이 들어오는 것을 사랑이라고 한다지요.
가슴에 뭔가를 들이는 일, 크게 보면 사랑이 삶이고 삶은 가슴에 뭔가를 들이고 사는 사랑이지요.
그래서 사랑은 혼신이 드는 것이라고 했을까! 혼에 든 사랑이 정인이고 신에 든 사랑이 애인이지요.
정인은 혼이 만든 사랑이니 혼이 나가야 되는 사랑이고 애인이란 신에 깃든 사랑이니 죽고나서도 사라지지 않지요.이런 사랑을 영원한 사랑이라 하지 않을까!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사랑을 해야지요. 이런 사랑이 아니면 감히 사랑이라는 말을 쓰면 안되는 것이지요
이런 사랑 하나를 갖고 살다 죽는 일... 만해와 서여연화는 이런 사랑이 아니었을까!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 해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애처롭기까지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한국인에게 많이 애송되는 한용운의 인연설의 일부.

오오, 님의 정열의 눈물과
나의 감격의 눈물이
마주 닿아서 합류(合流)가 되는 때에
그 눈물의 첫방울로 나의 가슴의 불을 끄고 그 다음 방울을 그대네의 가슴에 뿌려 주리라! 
한용운의 사랑의 불.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바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나는 나의 노래가 님에게 들리는 것을
생각할 때에 광영(光榮)에 넘치는
나의 작은 가슴은 발발발 떨면서
침묵의 음보(音譜)를 그립니다.
'길이 막혀'라는 만해의 시.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만해의 해당화.

하나같이 절묘하게 사랑을 노래했는데, 저런 시가 나오려면 불멸의 사랑을 해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대문호 괴테 또한 말하지 않았던가! 체험하지 않으면 그건 문학이 될 수 없다고. 만해의 제자였던 춘성 스님도 말했다. "만해 스님이 첫 여름의 오세암에서 십현담주주해에 열중하고 있을 때 서여연화 보살의 시봉은 지극했다. 가을 한철을 백담사에서 계실 적에도 보살은 거의 백담사 객실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만해가 쏟아낸 그 많은 시에서의 그 님은 역시나 서여연화였다. 하지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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