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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에서 그녀의 이름을 백년째 부르고 있다

[詩를 말하다]김인석 시인 / 완도출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2.30 09:05
  • 수정 2016.12.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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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련암에서/그녀의 이름을 백년째 부르고 있다/소리가 쌓여 지어진 집 한 채/하늘 정원/아득해 돌아보니/내 그리움은 백련암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망부석이 되었다/이리 휘어지고 저리 굽고/허연 등뼈만 한겨울로 남겨져/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단풍잎 한 개 달랑 새겨져 있다/참 쓸쓸도 하다/아~! 이 내 그리움/생명을 얻지 못하고 도랑물로 떠내려가려나/이 설수 같은 눈물도 매어둘 곳이 없으니/참 애련도 하다/그림자가 사진으로 그려준 내 초췌해진 모습 몇 장/여승은/여승은 안쓰런 눈빛 안부를 묻고 떠났다/나는 백련암에서/그녀의 이름을 백년째 부르고 있다
                      -김인석, 「나는 그 이름을 백년째 부르고 있다」 전문

시는 삶의 여정 속의 반영이다. "나는 백련암에서/그녀의 이름을 백년째 부르고 있다/소리가 쌓여 지어진 집 한 채 /하늘 정원" 화자에게는 이 내면의 그리움이 가슴속에 얼마나 두꺼운 얼음으로 깔려있었길래 이렇게 아파하며 부르고 있을까? 침잠되어 있는 날 동안 가슴으로 얼마나 울었길래,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길래... 그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다. 왠지 내 마음에도 너무 아프게 전해온다. 백년째라는 이 시어가 주는 그 의미와 파장 그리고 이미지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무한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무엇과도 치환이 불가능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시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 얼마나 애절하고 간절한가.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고 해보고 싶어지는 사랑, 이런 사랑일 것이다. 서로가 마음을 공유하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와 불현 듯 가슴 터지게 보고 싶어지면 볼 수 있는 그런 사랑 말이다. 그 이름을 불러 소리가 쌓여 집을 지을 수 있는 그리움, 상상만 해도 목 터지게 아름다운 그리움 아닌가. 소리가 쌓여 집을 지을 정도로 그리워하며 불러본다는 것, 처절하게도 대단한 사랑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짝사랑일 수도 함께한 사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짝사랑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해 가장 절절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힘이 들 때는 등을 토닥여 주며, 말없이 안아줄 줄도 아는 그런 포근함이 있는 뜨거운 사랑, 그 뜨거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일까 하는 부러운 생각도 든다. 나도 저런 그리움에 치여 아픈 사랑을 정말 해보고 싶다. 백석보다 더 멋진 사랑, 청마 유치환보다 더 멋진 사랑, 가슴 터지도록 보고 싶은 사랑,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순수한 사랑, 풀빵 굽는 허름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좋으면 그 모습 좋은 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순백의 사랑 말이다. 그 사람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남길 수 있는 석양 노을 같은 사람, 나도 그런 사랑을 한번쯤 해보고 싶다. 때로는 소름 끼치게 아파하고 때로는 작은 행복에도 많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바보 같은 사랑일지라도 그런 사랑을... 화자의 마음에 동의를 표한다. 저렇게 아픈 사랑은 오래도록 가슴 한켠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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