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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의식, 어디까지 왔나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2.23 11:00
  • 수정 2016.12.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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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민/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5,60대 남성들은 호기심에 가슴 졸이면서 빨간 테이프나 잡지

를 몰래 보고, 여선생님의 치마 속을 보기위해 거울을 들이대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아이들은 소박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하다. 지금은 성 범죄에 속하는 행위인데 말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리고 유해매체의 접촉, 달라진 성 가치관으로 비뚤어진 성의식, 일탈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폭발적인 성문화의 범람 속에서 성장한 오늘의 10대는 성을 삶의 당연한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여기며 20대는 향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생활 주변에서 적나라하게 밑바닥까지 드러내고 있는 성은 더 이상 꺼리거나 숨길 신비의 대상이 아니다. 개방성, 일상성을 띠게 된 이들의 성문화는 뿌리 깊은 전통 가치와의 마찰, 자기 주체성의 상실 등으로 적지 않은 갈등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한국 갤럽이 18-24세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각국과 비교 조사한 결과 이런 현상이 뚜렷해진다. 혼전 성관계에 대한 태도에서 한국 젊은이의 경우 "어떻든 피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성향은 32.6%로 미국이나 일본 젊은이들보다 2-3배에 이르나 "사랑하면 무방하다"가 62%로 미국의 66% 나 일본의 71%에 근접된 수치를 보였다. "사랑하지 않아도 무방하다"에 대해서는 오히려 일본의 4.2%보다 높은 4.6%의 수치를 보였다.

성범죄는 가해자들 특히 나이든 성인이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손녀 같아서”, “딸 같아서”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 놓는다는게 대부분 성범죄자들의 특성이다. 개념 없는 기성세대의 의식이 우리 청소년들의 성문화, 지금 당면하고 있는 성문제를 만들어 놓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해봐야 한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박00은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딸 같아서”, 윤00은 미국 순방길에서 인턴에게 “손녀 같아서”라며 추행했고, 얼마 전 칠레 외교관 박 참사관은 14살 소녀를 강제추행하고 심지어 12세 아동을 강간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성범죄 선배님들(?)처럼 “딸 같아서”라고 변명을 할라나?! 외교망신, 국가 망신이 아닐 수 없으며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사례들을 접할 때 간접 피해를 받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정말 딸 같고 손녀 같은 마음이라면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보호해줘야 하지 않을까?

갤럽조사에서 남학생 가운데 48.6%가 상대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적인 농담을 했으며 26.7%는 지하철 등에서 여성의 신체에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화나 컴퓨터통신을 이용해 성적인 농담을 한 경우는 11.5%, 상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키스나 포옹을 한 경우도 25.2%나 된다. 이와 함께 남성의 접근에 대해 '여성의 침묵 또는 "No"는 "Yes"로 해석해도 괜찮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그렇다'가 28.9%, '모르겠다.'가 39.7%였으며 여자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을 때 '남성이 접근하기를 원한다.'는 항목에도 '그렇다'가 46.8%, '모르겠다.'가 28.3%로 성의식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청소년의 성의식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지만 이는 정작 무분별하게 들어온 서구의 성문화의 영향도 크겠지만 일부 어른들이 보여준 행위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임을 굳이 갤럽 조사의 수치를 빌리지 않더라도 여실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은 유해 환경들과의 접촉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정·학교·사회 등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 오고 말았지만 무엇보다 어른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청소년들은 무의식·무개념 속에서 헤메이게 된다. 정국이 혼란스럽고 시국이 어려운 이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딸 같은 손녀 같은 우리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문화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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