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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탈은 속박에서 얻는 것/풍란화보다 더 매운 향기 '만해 한용운' 3

문학의 향기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6.12.23 10:47
  • 수정 2016.12.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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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죽음 속으로 오셔요.
죽음은 당신을 위하여의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나의 죽음의 뒤에 서십시오.
죽음은 허무와 만능이 하나입니다.
죽음의 사랑은 무한인 동시에 무궁입니다.
 

홀연히 집을 나온 만해. 서울로 향해 가는데 수원 쯤에 이르러 굶주림에 지쳐 하루를 묵게 됐다.
하루를 묵으며 앞일을 생각했다. 물론 아내의 출산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었다. 본디 자각과 해탈이란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만해의 오셔요(윗 시)에선 인간사 영혼불멸에 대한 철학적 주제의 끝없는 논쟁인 삶과 죽음을 말하고 있는데, 만해는 생각했다.
'그래? 서울로 가면 무슨 일이 해결되겠는가?'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강원도 오대산의 월정사를 찾아 갔지만, 그곳에서도 스승으로 모실 스님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왜, 중이 되었나? 내가 태어난 이 나라와 이 사회가 나를 중이 되게 했을까? 인간 세계의 생사변고 같은 모든 괴로움이 나를  승방에 몰아 넣고서 영생과 탈욕을 속삭이게 하였던가?”라는 진술에서 보듯, 만해의 출가는 그 동기가 막연한 충동의 답답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이 답답함을 풀어줄 스승이 필요했다. 잠시 월정사에 머물다가 가까운 백담사에 이름 높은 도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곧바로 그 곳으로 발길을 돌려 한참 산골길을 걷고 있는데, 나뭇단을 매고 있는 스님이 보였다.
"스님? 백담사로 가려면 어떻게 가는지요?"
"너는 무엇 때문에 이 곳에 왔느냐?"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는 눈매. 순간, 만해는 도력 높은 스님이 선문답을 청해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며 되묻길 "그럼 스님은 제가 무엇 때문에 이 곳에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랑 때문이다" "네에? 지금 제 가슴이 답답한 것도 아픈 것도 모두 사랑 때문이란 말인가요?"
"그렇다. 네가 태어나고 죽는 것도, 네가 아프고 슬픈 것 모두 사랑 때문이다"
"스님, 그럼 어떻게  하면 이 사랑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나이까?"
"이 사랑의 줄만 끊어 버리면 제 마음이 즐거워지겠습니까?"
그러자 스님의 일갈.
"어리석은 놈!"
"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아프다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왜 모르는가!"  "진정한 사랑이란 단단히 얽어 속박된 것을 풀어주는 것이다''
"대해탈은 그 속박에서 자유를 얻는 것뿐. 바로 사랑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법"

아, 님이시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들였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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