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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절박했기에 가장 아름다웠다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6.12.23 10:15
  • 수정 2016.12.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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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절박했기에 가장 진실했고 가장 처절했기에 가장 눈부셨다.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중추신경조직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들 끝에 있는 수초들에 염증이 생겨서 손상이 발생했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증상.

그런 장애를 가진 시인은 세상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기 위해 그래서 자신과 세상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언어의 힘을 믿고 따랐다. 그건 인간의 정신 전체를 두고 볼 때 가장 고귀한 현상인 문학적 정신이요! 나로선 완전한 인간에 이르는 길이었다.

(사)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제26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심사에서 완도읍 장좌리 출신으로 청해초교 29회 졸업생인 황신애 시인(사진, 52)이 운문부 대상을 수상했다.(상금 500만원)

시 ‘책상의 한(恨)’으로 운문부 대상을 수상한 황신애 시인은 2004년 다발성경화증 확진을 받은 후 7번의 재발과 치료를 반복하다가 병이 점차 진행돼 거의 침대에서 생활하기에 이르렀지만 3년 전부터는 오전 오후로 두 시간씩 휠체어를 타고 컴퓨터 앞에서 굳지 않은 왼손으로 창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시인은 “고운 시, 신비로운 시, 사랑하는 시, 그리고 끊을 수 없는 밉고도 이쁜 시를 찾아가면서 제 모습도 찾아가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욕창을 막아주는 필사적 침대가 되기도恨
그 무중력 상처가 특별恨
멋이 되는 묵묵恨
무늬를 한없이 보다가
열이면 열 손가락
내 지문을 내려다보았다
못 마땅恨
뇌 병변 옹이인 줄만 알았다
무늬인 줄 몰랐다
‘그래, 더 돌다 가는 거다’
돌고 도는 관성의 메아리
세상에는 옹이가 많다
옹이가 주인인 셈이다.
                                       #'책상의 한(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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