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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2.16 09:54
  • 수정 2016.12.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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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공스님 / 신흥사 주지

 11월 중순에 3박5일 일정으로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이번 캄보디아 행은 불교단체인 ‘로터스 월드’에서 주관하는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로터스 월드는 국내외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국제개발 NGO다. 이 단체에서 주로 하고 있는 일들은 2006년 캄보디아 시엠립 지역에 아동센터 설립·빈곤아동의 복지와 교육사업 그리고 가난한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개안수술 진행 등이다.

NGO단체의 실제 봉사활동 현장에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식지’로만 읽던 곳에 가서 직접 참여하며, ‘진정한 나눔은 무엇인가?’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곳에서 만난 한 소녀의 눈빛이 내내 마음 쓰이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행동의 어려움에 대해 성찰한 시간이었다.

방문 이튿날 우리 일행은 그동안 아동센터에 후원해주신 분들과 자원 봉사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기념행사를 하고 오후에 사원을 참배했다. 킬링필드의 아픔어린 유골들이 모셔져있는 사원은 한적했다. 사원의 입구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세 명의 어린 소년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어색한 웃음과 간절한 눈빛으로 “원 달러(1$)”를 말했다. 앞에서 머뭇거리는 저에게 한 신도님이 “주지마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당황하여 멈추어있는데 “주면 버릇 됩니다”라고 재차 말했다.

뭔가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녀에게 마음이 가있는 상태에서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가시죠.”라는 말에 발걸음을 뗏다. 참배가 끝나고 버스에 올라앉았다. 그 신도님이 다가와 “스님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애들에게 돈을 주면 지금은 배고픔을 해결할지 모르지만 성장 후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지금 배가 고프다고 빵을 주기보다는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로터스 월드에서도 보육과 구호사업 중심에서 직업교육 중심으로 변화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미 청소년을 중심으로 미용교육을 시켜 사회에 배출시키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해되지 못한 문제가 남았다. 소녀의 애절한 모습이 떠오르며,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당장의 배고픔은?’ 하는 마음에 안타까움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진정 함께 고통을 나누려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순 동정심이었는지?’ 지혜롭게 보시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

마지막날, 봉사자들과 간단하게 식사하는 자리였다. 강원도 산골에 계신 스님께서 매달 10만원을 모아 교실과 도서관 짓는 데 기부하겠다고 했다. 이 스님은 이미 캄보디아 소녀를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었다.

경전에서는 남에게 베푸는 데에 있어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이것을 “삼륜이 청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첫째로 보시를 하는 사람이 청정해야 하고, 둘째 보시를 받는 사람이 청정해야 하며, 셋째 보시물이 청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시는 베푼다(나눈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르침이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지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눈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은 있어도 선뜻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 자신의 처지와 가치관에서 여러 마음이 교차할 때도 있다. 진정한 나눔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나누는 연습’이 먼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색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연습 말이다. 성 안내는 얼굴과 부드러운 말 한 마디가 상대를 행복하게 한다. 말기 암환자가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이 “참 많이 아프지?”라는 한 마디라고 어느 의사선생님께서 TV에서 말씀하셨다. 형식적인 내 입장에서의 위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의 마음. 이것이 진정한 나눔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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