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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짝빤짝 빨간차가 나갑니다 어여 타세요~~

[세상을 만드는 손]버스운전사 김형제 씨

  • 한정화 기자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2.09 09:56
  • 수정 2016.12.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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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는 아니어도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어 손발이 시린 날이었다. 해변로로 가려다 멈췄다. 주유소 주차장 공간에서 새빨간 대형버스를 세차하는 물줄기가 보였다. 빤짝빤짝 아주 빨간 관광버스였다. 할부로 구입한 지 한달여 됐다는 새 차가 마냥 흐뭇한지 아니면 원래 잘 웃는 사람 같은 인상 좋은 김형제 씨(사진). 이름도 친근하다. 형제.

택시를 운전하다가 관광버스를 운행한 지는 5년째, 비싼 할부금을 갚아야 하지만 이젠 내 차가 생겼으니 왜 안좋겠는가.

관광버스는 일년에 딱 반은 바삐 일하고 반은 뜨문뜨문 일한다. 봄철 꽃구경 시작하는 3월부터 여름 휴가철 7월까지는 바쁘다. 그리고 가을 단풍철은 딱 한 달 10월이 바쁘다. 그 외에는 가끔만 운행하는데 특히 12월에서 2월은 완전 비수기라고 한다. 지금이 딱 그때다.

하지만 비수기라고 마냥 놀지는 않는다. 나름 성수기를 대비하는 시간이다. 관광버스 기사가 운전 기사이기만 한가. 좋은 음악들도 골라 놓고 전국 각 지역들의 관광 문화 정보들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래야 “인기만점 빨간버스”가 될 테니.

완도수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다니던 20대 중반에 만난 짝. 형제 씨보다 6살 어린 지금의 아내와 연애 결혼했다. 하지만 어린 아내를 데려다 초반엔 “완도 사람이 다 알 만큼” 고생도 많이 시켰다고 한다. 잘 참아준 아내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고맙다.

요즘에야 먹고 사는 거 말고는 딴 거 힘든 건 없다. 먹고 살기 힘든 거야 혼자만 그런 것도 아니고 빚이야 벌어서 차근차근 갚고 이쁜 두 딸에 이쁜 아내에, 빤짝빤짝 이쁜 새 차에 뭘 더 바라겠는가. 다만 “이놈의 세상, 말도 안되는 세상”에 탄식할 뿐.
 

세차가 끝난 새 차에 올라 폼 나게 앉아보는 김형제 씨. 그의 세상은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정직하게 굴러갈 것이다. 이 세상 구석구석 아름답고 흥겹고 감동적인 곳으로 많은 사람들을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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