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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화보다 더 매운 향기 '만해 한용운' 한송이 연꽃같은 '서여연화'

[문학의 향기]

  • 김형진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6.12.09 09:12
  • 수정 2016.12.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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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녀린 연꽃이 흔들립니다.
당신의 발꿈치가 저 연약한 연잎을 밟고 푸른 물결을 헤치며 나에게로 오시는가 봅니다.
푸른 하늘이 붉게 흔들리군요.
옥 같은 당신의 손끝이 저 푸른 하늘을 매만졌기에 떨어지는 해가 저리도 곱게 단장을 하시나 봅니다.
이제 밤이 오겠지요. 그러면 이 한 밤, 나의 가슴은 그칠 줄을 모르게 타오르며 당신의 밤을 지키는 뜨거운 등불이 될 것입니다.
달빛이 떠오릅니다. 우아한 백조가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밤물결을 사방으로 퍼뜨려 나갑니다.
뽀얀 그리움의 밤물결은 결 고운 당신의 얼굴에 번져가는 엷은 미소인가요? 나는 엷은 미소에 이끌리어 신비로운 달빛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방안 가득 출렁이는 달빛 물결, 내 마음의 창엔 무한한 정감이 일어나 물결은 창백한 불꽃으로 빛나고 이내 낭랑한 목소리로 흩어져 폭풍 속을 가르는 현이 되어 이 밤을 아름답게 울리고 있군요.
아~ 이대로, 정말 이대로 영혼이 멈춰선 것 같은 시간.
아, 당신은 교교한 달빛 아래 핀 한 송이 연꽃같은 여인!
서여연화(徐如蓮花).
그리고 만해 한용운.
첫 만남.
합장을 해왔는데, 한송이 연꽃이 피어나듯 우아하기 그지 없었다.
합장을 해주었는데, 금강석을 두드리듯 단단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의식이 끝날 때까지 모든 눈은 그녀에게 모여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온통 한 사람에게 꽂혀 있었고, 그의 눈빛은 단 한 번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다시 합장을 해왔다. 이번엔 옥구슬이 옥쟁반에 굴러가듯 낭랑하기 이를 데 없는 말씨가 함께 날아왔다.
"스님의 눈빛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 있는 듯하군요" 
그 말에 두 눈을 감고 아무 말없이 합장을 해 주었다.
만해(卍海).
이미 6세의 나이, 그 어렵다던 통감(通鑑)을 해독하고 7세에는 사서삼경까지 독파한 신동.
14세의 나이, 풍속에 의해 지주 집의 딸인 천안 전씨 정숙과 결혼하게 됐다. 상투를 튼 천재는 홍성읍내에 서당을 내고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하자 몸과 뜻을 일으켜 혁명에 가담했다.
사랑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태어났다.
그의 첫 아이가 탄생할 때, 아내는 출산을 직감하며 남편에게 이르길“여보, 곧 아기를 낳을 것 같으니 시장에 가서 미역 좀 사다 주세요.”
“그래, 알겠소.”
그걸로 끝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