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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珠島) 만조명월(滿潮明月) 2

옛기사 읽기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6.12.02 13:33
  • 수정 2016.12.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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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에 뒤덮인 주도.
마치 조선백자의 달항아리처럼 소박하지만 우아하기 그지없는 자태다.
주도는 저 달항아리처럼 물 위에 떠 달 밝은 밤에도 보름달이고 달 없는 칠흑의 밤에도 보름달이다.
저 보름달을 책장 위에 놓으면 방 안에도 보름달이 뜨고, 찬장 위에 놓으면 가난을 밝히는 보름달이 된다.
또, 우리 어머니가 나를 가졌을 때처럼 그 넉넉하고 봉긋한 배처럼 아름답고, 우리 아버지가 늦은 밤 집에 도착했을 때 그 가슴의 달빛처럼 환하다.
주도의 저 넉넉한 품은 잘되거나 못되거나 누구나의 응석까지 모두 받아주는 어머니의 품이고 아버지의 곁이다.
이 아늑한 품과 이 든든한 곁이야말로 천하 제일의 명당이 아니겠는가!

전 서울대 지리학과 최창조 교수가 1994년 경향신문에서 완도읍 풍수를 정리했던 전편에 이어 이야기를 더해가면...
구경하기 힘들던 자동차들은 복잡할 정도는 아니지만 줄지어 돌아다닌다. 그저 변함없는 것은 갯바람. 갯내음과 포구 앞을 가로 막고 서있는 주도의 모습 뿐인가. 말 그대로 구슬 같은 이 섬은 부두에서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떠 있다.

예로부터 오룡쟁주형이란 풍수형 국명이 붙은데서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완도의 구슬이란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님을 보면 알 수 있다.
완도쪽의 동망봉,남망봉과 가용리의 튀어나온 곶, 거기에 건너편에 있는 신지도의 두 곶이 다섯 용의 구실을 맡게 되고 주도는 말할 나위없이 구슬이 되는 형세이다. 특히 가용리(加用里)는 본래 이름이 가룡리(駕龍里)로 마을 앞에 있는 진중매산의 모습이 용처럼 길고 쭉 뻗어서 붙은 지명이니만큼 가장 위세를 떨치는 용의 형상이다.

주도 이야기를 더해가면 밀물이 들어와 섬 전체가 바다에 둥실 떠있는 듯할 때, 달빛은 교교한데 둥근 보름달 아래 떠나가는 일엽편주의 풍경은 압권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완도 8경의 으뜸인 주도만조명월이란 것이다.
옛날의 영화야 어찌 되었거나 지금은 그저 멍하니 완도항이 개발되고 현대화된 잡답을 넋놓고 바라보는 형상이니, 언제 다섯용 일어나 보배로운 주도를 다룰것인가! 아! 그 따뜻하고 아늑했던 완도여, 다시 볼 날 있을까.

주도를 중심으로 한 최 교수의 완도읍 풍수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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