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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파블로 '우편배달부' 6

한번도 눈을 감아본적 없어요

  • 김형진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6.11.18 15:48
  • 수정 2016.11.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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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네루다를 그리워하고 있는 마리오에게 드디어 네루다로부터 편지가 왔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편지에 들뜬 마리오   가족들을 모두 모아놓고 개봉하는 편지. 그러나 편지 안엔 "네루다가 섬에 두고 온 물건을 보내 주시오 "라는 지극히 사무적인 네루다의 비서가 보낸 편지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모두가 실망하고 베아트리체는 심지어 자신은 아들 이름을 파블리토라고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마리오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네루다를 변호한다.
"나는 네루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가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죠. 시인도 아닌 날 시인으로 불러 주었으니까요"
네루다의 옛 집에서 네루다가 남긴 물건들을 돌아보던 마리오.
네루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젖어들며 그의 녹음기를 틀게 되는데, 귀에 익은 네루다의 목소리!

"마리오?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무엇이야?"  당시 베아트리체라고 답했던 마리오는 쓸쓸하게 웃으며  '그래!  이 섬의 아름다움을 담아 네루다에게 보내 줘야겠어'
우체국장의 도움을 받아 녹음기를 야외에 설치하며 네루다로부터 받았던 질문에 뒤늦은 답을 한다.

"마리오,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파도 소리에요. 저 바다에서 밀려오는 작은 파도와 큰 파도 소리!"
마리오가 녹음한 파도소리를 시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럴 수도 있겠다.
"저 바다에서 밀려오는 작은 파도와 큰 파도 소리! 그 소리는요! 마치, 사랑하는 당신이 나의 붉은심장 속으로 걸어오는 듯 합니다."
"잔잔하면서도 그윽하게 밀려오다가 노도처럼 들이쳐 오는 사랑스런 당신의 발걸음 같을거예요!" 
"난, 알 수 있어요"
"당신이 날 향해 밀려올 때 그 떨림을 말이죠!"
"철썩 철썩 내치는 당신의 숨소리는 내 동맥 속에도 흐르고 있습니다. 나는 원하죠! 당신의 뜨거운 숨소리가 나를 침범해 주기를..."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단지 하나의 배처럼 난, 당신의 이름 위를 이 밤이 새도록 항해 할 수 있어요."
"난, 당신의 이름 위에 안온히 정박해 폭풍 치는 이 밤을 피할테니까요. "당신은 내 바람의 아코디언 소리처럼 언제나 아름답게 들려요!"
"그래서 당신의 소리는 잠자는 내 야성의 심장을 깨우죠"
"나는 그 소리 위를 걸어요"
"그러면 내 가슴은 당신의 향기로 가득차게 되지요. 눈에 보이는 당신의 모든 것을 보게 되고, 느끼는 당신의 모든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아, 당신이 나에게로 온 후, 난 단 한 번도 눈을 감아본 적이 없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