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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平常心)

전문가 칼럼

  • 법공 스님/신흥사 주지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0.28 11:44
  • 수정 2016.10.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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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공 스님/ 신흥사 주지

시월입니다. 시월은 결실의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결실을 맺는 것 중에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 있습니다. 매년11월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입니다. 수험생들은 고등학교 3년간 준비해온 실력을 이제 발휘해야할 때가 온 것입니다.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수험생들의 긴장감은 더욱더 쌓여갑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에 매달려야하는 수험생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대신해 줄 수 없기에 담담하게 바라볼 뿐입니다.

수험생을 둔 부모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민감할 것입니다. 저희 절에서도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백일기도를 올린 분들이 있습니다. 백일기도를 올리는 부모의 마음은 자녀의 좋은 성적을 발원하는 간절함입니다. 그 간절한 마음을 어찌 제가 감히 짐작이라도 하겠습니까. 그러나 합격이라는 결과에 너무 치중하다보면 부모와 자녀로서의 모습을 잊어버리고 학부모와 수험생으로서만 집착하게 됩니다.

밥을 먹을 때에는 밥만 먹으라고 합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평상심(平常心)이라고 합니다. 평상심은 중국의 마조스님이 하신 말씀으로 ‘평상심이 곧 도(道)’라는 것입니다. 평상심이란 일부러 조작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으며, 취하고 버리지도 않고, 죽으면 끝으로 단절된다거나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범부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여러 가지 분별망상에서 벗어난 평소의 마음으로 크고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는 여여한 마음입니다.

제가 잘 아는 신도님의 일입니다. 신도님의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볼 때까지 전교 수석을 놓쳐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점수였습니다. 제일 당황한 것은 시험점수가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아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일등을 놓쳐본 적인 없던 아들은 시험점수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자식의 고통을 숨죽이며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애달픔 그 자체였습니다. 할머니의 실망감은 집안의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혀 놓았습니다. 또한 아들의 성적이 궁금했던 많은 분들의 전화는 흡사 잘못을 추궁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들의 대학시험은 집안 모든 식구에게 감당하기 힘든 상처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1등을 하였던 아들은 중학교 때부터 1등을 지키는 것이 큰 고통이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기대가 커질수록 부담감은 더욱더 높아졌던 것입니다. 이러한 부담감이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원인이 된 것입니다.

한 수험생의 이야기이지만 대학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평상심은 평소의 마음으로 긴장함이 없는 여유로운 마음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평상심은 어떤 것일까요? 먼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아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제 맘을 바꾸는 일이요. 할 수 없는 일은 남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요.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에픽테토스(그리스 철학자)의 말입니다.
자녀의 입장에서 평상심은 긴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굳건한 믿음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면 가장 먼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이해해야 합니다. 상황 속에 놓인 자신을 바라보는 힘입니다.

세속을 떠난 출가자로서 그들의 마음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를 발원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이 인생에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면 평상심으로 여여하게 맞이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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