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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가 그토록 간직하고 싶어했던 그림 한 점

  • 배민서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0.20 14:25
  • 수정 2016.10.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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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초기작품들이 내가 살고있는 텍사스에 왔다. 별 다른 기대도 없이 Kimbell Art Museum 에 남편과 함께 찾아갔다가 나는 진한 감동의 물결에 그만 사로잡히고 말았다.
"스치듯 잠깐, 당신을 보았습니다. 무엇인가요? 짜릿하고 선명한 그 빛은......, 강렬하고 따사로운 색감속에, 절제된 고수가 남긴 터치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그 안에서 유영하는 당신의 영혼은 몹시도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그의 그림들은 나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나도 그를 따라, 그림세계로 마구 달려가 풍덩 빠져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인터넷을 셔치해 가며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그림세계와 그의 사생활들을 파헤쳐 가기 시작했다.

그가 25살 때, 18살인 모델 카미유를 만나 서로 깊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모네는 집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을 하였고, 경제적인 지원도 끊기고, 파산을 겪는 등 가난으로 갖은 고생을 하다가 아내 카미유는 자궁암으로 32세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 때에 아내를 간호하고 아이들을 돌보기위해 함께 살게 된 여인, 알리스와는 연인관계로 후에 재혼을 하게 되지만, 모네의 가슴속에 진정한 뮤즈로 남아있는 여인은 오직 카미유였음을 나는 느낄 수가 있었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 가슴에 속삭이듯 진실이 전해져 왔다. 그가 카미유를 얼마나 사랑했었고, 그들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모네는 자그마치 56점이나 카미유를 모델로 한 그림을 그렸으며, 한결같이 아름답고 우아한 빛으로 그의 마음 속 풍경처럼 따뜻한 작품들을 그려냈다. 그리고 아내의 죽음을 지켜보다 아침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녀를 비추자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려고 임종의 모습까지 그림을 그렸다.

처음, 이 작품을 대했을 때에 나는 생각했다.
"나쁜 남자! 아내가 아픈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카미유는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세상을 떠나 갔을까!" 그러나, 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의 그림에 모델이 되어 행복하게 삶을 마감한 유일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몸이 안 좋아서, 아니면 사소한 이유들로 인해 모네와 카미유의 사이가 틀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네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한 그녀에 대한 사랑은 다른여자가 대신하지 못하였다.
평생을 빛과 그림자를 온전하게 표현하기위해 혼신을 다했던 사람 모네. 그가 왜? 하필이면 카미유의 임종을 그렸을까?

하루종일 곰곰히 생각하다가, 내 눈에는 서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 땅을 살다 간, 한 예술가의 마음이 나에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빛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소망, 이제껏 그의 그림속에 스며있던 그 환희로운 빛이 바로 그녀, 카미유였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죽고 난 이후 모네의 그림들은 활기를 잃고 창백한 모습들이 한 동안 계속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온기없는 그의 영혼이었다.

"어찌된 일 인가요? 하늘과 풀밭을 넘나들며 빛으로 휘감은 당신은 환영이 되어 그림을 그릴적 마다 내 앞에 어른거립니다."
1926년 모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만의 소유로 간직하고 싶어하던 그림 한 점, 그것은 바로 카미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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