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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이제 난, 그곳으로 날아간다

리더스 칼럼

  • 배민서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9.23 10:44
  • 수정 2016.09.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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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출신/미국 거주

한국여행을 계획하고 익숙하던 집과 직장과 가족으로부터 떠나왔다. 여행이란 어쩌면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내 속에 잠들어 있던 나를 마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하나 씩, 둘 씩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는 간호사로, 가정주부로 바쁘게 살아 온 내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네일아트였었다. 한국에 와 만났던 아름다운 그녀, 순자 언니는 내 맘을 들여다 보기라도 하듯 잡아끌며 사랑을 선물해 주셨다. 내 작은 손톱에는 오늘, 반짝이는 별들이 고요히 내려 앉았다.

핑크빛 고운 꽃송이가 피어나더니 나를 향해 활짝 미소짓고 있다. 저 멀리서도 나는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으면 연락이 두절될 수 밖에 없는 내가 부천역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수 없이 오고가는 총총한 발걸음들 속에서 심장의 고동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내 심장에 열기와 빛으로 담금질을 계속하며  내 인생 여정 속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불과 이 년 전에 나는 글을 쓴다는 생각도, 그림을 그리려는 엄두도 쉬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난 인연들 속에서 나는 성장하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 나는 이제 다시 태어 난 거야!" 생물학적 나이는 만 52세 이지만, 나는 꿈 나이 16세 소녀로 살아 가기로 했다.

철학적인 사유와 언어의 빛이 오묘한 현자, 감성과 생동감 넘치는 시어로 요즘 뜨고있는 시인 선순, 늘 싱그러운 소녀같으신 감성여왕이자 우리들의 힘 순자언니. 우리모두는 글을 쓰면서 글 속에서 만난 사이였다.

오랜기간 함께 글을 접하며 느껴왔던 시간들 때문이었을까? 스스럼 없이 부등켜안고 통통 구르며 좋아라 하는 사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람, 지금까지 살아온 연륜만큼이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우리는 날아 오르고 있었다. 혼자서는 깨닫기가 무척 어려운 길 이었으리!

그대가 있었기에, 나는 훨씬 더 풍요로워졌으리라! 너를 통해 사유하는 법을 배우고, 혼자서 깊은 동굴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리라! 내가 생각하는 인연이란? 상대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내 안에 묵묵히 차 오르는 감동으로 당신과 내가 붉게 물들어 가는 거라고 ... 이렇게,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이는 기적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난, 고향 완도로 간다.

가을엔 이별하자 그대여
                          우현자
이 가을은!
시(詩)를 쓰겠습니다
오로지 깊어져 가는 하늘 샘 향해
제 몸 부딪치며 흔들어대는 붉은 잎
씨줄 날줄 엮듯 깊어진 인연 
내 지난 그리움의 몸짓입니다
이 가을은!
가장 아름다운 서(書)를 쓰겠습니다
감물 은은히 배어든 무명 한지
핏빛 찬란한 지난날의 언어들
갈 빛 들이치는 그대 뜰 녘에
살그머니 펼쳐 보이겠습니다
이 가을은!
가장 서러운 이별도 하겠습니다
여름 내내 뜨겁게 익은 정념(情念)
속내 어루만지기도 전에
예견된 이별을 노래해야 했던,
그곳엔 아직도 그대바람이 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