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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이루어지는 길 5코스

  • 김미경(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9.02 13:26
  • 수정 2016.09.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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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

총 5.54km로 약 125분이 걸리는 범길과 용길로 이루어지는 5코스는 권덕리 마을 회관에서 말탄바위로 다시 범바위 에서 장기미 해변으로 그리고 청계리 중촌 들샘에서 끝이 난다.

낭길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면 우측에서부터 차례로 말탄바위와 범바위, 전망대, 새끼범바위가 한 눈에 다 보인다

권덕리 마을 어르신들은 호랑이가 말바위를 사냥하려 자세를 한껏 움츠리다 문득 뒤에 있는 새끼 범바위를 바라보는 모습 때문에 범바위라 부른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 목소리들이 아주 확신에 차 있어 듣는 이가 뭐라 반박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어디가 호랑이 모습이야’ 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범바위가 세월의 풍파를 겪은 만큼 많은 구멍들이 패여 있어 바람이 세게 불 때 바위와 맛부딪히며 나는 소리를 멀리서 들으면 호랑이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하여 범바위라고 한다니 조금은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이것도 저것도 수긍하지 못한다면 먼 옛날 청산도에 들어와 살고 있던 호랑이가 권덕리 고개에서 바위를 향해 포효하니 이 바위가 크게 울려 호랑이는 자기보다 더 크고 힘센 호랑이가  있는줄 알고 섬 밖으로 도망쳐서 범바위라고 불렸다는 전설이라도 들려 줄 수밖에...

범길은 권덕리에서 범바위까지 이르는 길로 수려한 해안 절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길을 걸었다면 이 길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탁 트인 전망과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푸른 바다의 모습은 걷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말탄바위에서 범바위를 향해 오르는 길은 큰 나무가 없고 키 작은 수목과 들꽃들이 바람에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고 있는데 두 팔 벌려 바다와 하늘을 안고 걸을 수 있는 곳으로 어느덧 범바위를 마주 하게 된다.

동쪽으로는 거문도, 남쪽으로는 여서도와 멀리는 제주도가 아스라이 떠있는 아름다운 남해바다와 장기미 쪽의 거북이와 화랑포쪽의 거북이, 엄마아빠를 찾아가는 아기 거북이까지 찾아보는 재미도 맛 볼 수 있는 곳이 범바위다.

옛날부터 청산도 어르신들은 기가 허하거나 뭔가 기원할 일이 생기면 범바위에 오르셨다고 한다. 청산도 주민들은 최신 첨단 기기로 증명하지 못했던 그 시절부터도 범바위의 기운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가졌는데 최근 청산도 범바위가 평균 지구 자기장의 6배 높은 3.9가우스에 이른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그 기운이 입증되었으니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범바위 주변이 공기비타민이라 불리는 산소 음이온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멋진 풍광과 더불어 좋은 기운과 좋은 공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청산도 여행에 정점을 찍는 곳이라 소문이 난 것도 당연하다. 완도군에서도 범바위가 뿜어내는 강력한 자기장을 기의 실체로 생각하여 소원성취하는 바위, 행복가득 충만한 기를 받는 곳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범바위의 기운을 받기 위해 더욱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는 곳이 될 것이다.

범바위 전망대를 거쳐 새끼 범바위를 지나 푸르디푸른 바다를 보며 걷다보면 어느새 장기미 해안에 다다른다. 청산도 사람들은 장기미의 갯돌이 용이 품어 내놓은 알과 같다고도 하고 공룡알이라고도 한다. 하여 장기미를 공룡알 해변이라고 부른다. 이 곳 역시 범바위와 마찬가지로 강한 자성을 내뿜고 있어 자석이 달라붙는 신비의 몽돌밭이 펼쳐진다.

장기미는 좌우 절벽의 바위와 해안의 바위들이 기나긴 시간 동안 바다와 함께 빚어낸 멋진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접근성 때문인지 걷는 이들이나 차를 가지고 온 이들도 많지 않은 청산도의 숨은 비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장기미는 청산도에서도 인공의 빛이 가장 없는 곳 중의 한 곳으로 까만 밤, 갯돌 위에 누워 바라보는 밤하늘과 무수한 별들, 몽돌 밑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진짜 계곡의 물이 몽돌 밑으로 흘러 바다로 간다!)와 몽돌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로 분명 당신을 감동시킬 것이다.

보통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그것이 화려함 때문이라면 청산도의 밤이 아름다운 것은 어둠이 주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호랑이 잔등 위를 걷는 듯한 범길과 용이 꿈틀거리는 형상을 따라 난 용길을 걸으며 오로지 당신 마음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 보자.

당신의 이야기를 길 위에 풀어내며 걷다보면 어쩐지 뭔가가 이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은가? 강한 자기장 때문에 나침반도 길을 잃는 곳에서 오히려 당신의 삶 속에서는 길을 잃지 않을 용기가 생길 것도 같지 않은가?

맞다! 청산도의 호랑이와 용이 당신의 간절한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나 보다.
소원을 들어주는 길,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을 당신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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