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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 기다림, 절망의 끝에 이르면...

  • 김형진 편집국장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8.19 14:06
  • 수정 2016.08.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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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 기다린다. 그렇지만 지금 내 심장은 당장에라도 널, 불살라 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기다린다. 그리고 기다린다. 돌이 되어야 한다. 돌이. 그렇지만 지금 내 심장은 단숨에 널, 집어 삼켜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돌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돌’이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나는 자연 속 너무나 평범한 돌이 되었다. 아, 돌이 되었는데도 이 기다림만은 너무나 지독하기만하다. 심장이 뛰쳐 나올 것만 같다.

잔혹한 기다림이다!
감상은 하지 말자. 감상은 금물.
하지만 이성을 지배하려는 심장.
지금이라고! 지금 당겨 보라고!
심장의 고동소리를 이성은 막아선다. 아직은 아니라고.

입술을 매만지며 격동하는 심장을 진정시켜 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내면의 고동은 더욱 요동친다.
마음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안돼! 안돼! 더 이상의 혼란은 되레 나의 죽음! 죽음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침묵의 시간을 벌어 고요와 적막의 휘장을 몇 겹이나 두르고 났을 때. 드디어 놈 하나가 나타난다.

번뜩이는 눈빛!
천천히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싸늘한 이 느낌. 이 느낌을 맛봐야 비로소 잠잠해지는 심장. 시간이 멈춰서 공간이 사라져 버린 그 때!

“탕!”‘굿바이!’‘그래 이제, 우리 지옥에서 만나자’
그 순간에 붉은 심장엔 백만볼트의 전류가 찌리릿! 결과보다도 먼저 느끼는 심장과 회심의 미소!
표적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쾌속의 탄환은 그 가슴을 정확히 꿰뚫고 지나가 버렸다. 눈빛 하나가 그렇게 발사되는 순간이었다.

미첼. 스물여섯. 교통사고.
다리를 다쳤다. 병원 생활의 시작.
그러자 신문사의 해고 통보.
26살 처녀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다. 꿈에 그리던 저널리스트! 인생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좌절. 낙심. 이어진 절망. 그리고 그 절망의 늪. 절망은 한순간이었지만 한 순간이 아니었다.
미첼에게 절망이란 산산히 부셔져 내리는 그 심장이 결코 헤짚고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 속으로 잠식되어 가는 걸 눈 뜨고 보고서도, 전혀 손 쓸 수 없는 암흑의 늪 같았다.

정말, 기적의 순간이란 일상의 평범한 시간이었다는 것이, 절망의 끝이란 그 평범한 기적의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거란 것이, 포기와는 전혀 달랐던 이 놈.
이 놈을 탐구하기 위해서, 아님, 건너가 보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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