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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도 가는 섬사랑 7호에 몸을 실으세요

이승창 완도군 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8.12 10:33
  • 수정 2016.08.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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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고, 직장들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어 전국의 유명 피서지와 휴양지로 떠나는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도 섬마다에 크고 작은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해변이 흩어져 있어 전국에서 많은 피서객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피서를 요란하게 보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피서는 여름철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입니다.
의미를 더하면 학교생활과 직장생활 등 생업에 지친 우리들의 심신을 풀어주면서 여유를 갖는 것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 내려온 지인들과 함께 여서도에서 사흘을 머물다 왔습니다.
이 섬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여서도(麗瑞島)는 한반도의 남서쪽 끝자락 ‘섬의 바다’인 완도군의 265개의 섬 중 완도와 제주도의 중간 지점에 떠있는 외로운 섬입니다.
여서도는 완도항에서 뱃길로 세 시간 정도 거리인 완도 최남단의 섬으로 하루에 배가 한 번 밖에 닿지 않는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지닌 섬입니다.
긴 세월 거친 바닷바람에 맞서기 위해 담의 높이가 지붕의 처마까지 닿는 이곳은 대자연 속에서 이어 온 인간의 끈질긴 삶의 흔적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곳입니다.

변변한 백사장도 없는 섬에서 바다낚시나 스킨스쿠버와 같은 해양레포츠 활동 외에는 마땅한 즐길거리가 없는데, 이런 곳에서 사흘씩이나 머물면서 무엇을 하면서 보낼 수 있을까요.
더구나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라면 더욱 더 즐길거리가 없는 답답한 섬이라고 여길 수도 있는 곳입니다.
염려와는 달리 찾아보면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즐길거리를 충분히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섬입니다.
외딴 섬에서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제 경험을 토대로 알려드릴께요.
도착한 첫날 저녁에는 일행들과 둘러앉아 생선회와 싱싱한 전복을 안주로 요란하지 않는 회식 겸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밤하늘이 칠흙 같은 어둠에 잠겼을 때쯤에는 주변의 모든 불빛을 차단시켜 깜깜하게 만든 다음 스마트폰의 별자리찾기 앱의 도움을 받아 밤하늘에 떠있는 별자리를 찾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했습니다.

두 번째 날 새벽에는 동쪽 바다의 수평선에서 솟구쳐 오르는 붉은 해돋이를 맞이하러 방파제로 나갔는데, 짙은 해무가 수평선을 짓누르고 있어 온전한 해돋이는 아니었지만 맛보기는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면서 방파제 위에서 가벼운 아침운동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건너편 산 능선 위에 오랜 세월동안 버티고 서서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를 하고 있는 하얀 등대를 찾았습니다.
등대를 오가면서 아름다운 들꽃들을 만났고, 바위 위에 올라서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변과 검푸른 빛깔의 바다를 구경했습니다.

점심 후에는 민박집의 그늘에 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시간을 가졌고, 내리쬐는 햇살의 기운이 떨어지는 저녁 무렵에는 동네 안길을 따라 마을 꼭대기에 있는 폐교를 찾았으며, 동네 안길을 따라 섬 주민들의 삶의 흔적과 애환이 서려있는 돌담과 집터들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저녁식사를 빨리 끝내고 방파제로 나가 서쪽 바다와 하늘에서 펼쳐지는 붉은 저녁노을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민박집으로 돌아와서는 전날과 같이 밤하늘의 수많은 별자리를 찾아 켜켜이 팥고물을 넣으면서 시루에 떡을 안치듯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 올리면서 깊어가는 밤과 함께 했습니다.

섬에 도착했을 때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에서 수영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예쁜 수영복을 챙겨왔다던 상큼발랄한 젊은이들도 마땅한 즐길거리가 없다던 말에 실망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원망했었는데, 섬을 떠나올 때는 만족한 표정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삶의 힘겨운 무게를 등에 지고 숨이 가쁘게 살아온 당신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면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는 곱고 상서러운 섬

여서도로 가는 섬사랑 7호에 몸을 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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