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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육감만족 4코스 낭길

청산도 슬로길 4코스 낭길

  • 김미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7.28 14:28
  • 수정 2016.07.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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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바다가 푸르고 푸르러지는 계절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러지는 계절에 푸른 바다와 푸른 숲을 동시에 즐기며 바람을 견뎌온 절벽의 모습들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 4코스 낭길이다.

청산도 슬로길 11코스 중 가장 바다와 가깝게 걷는 길인 낭길은 1.8km, 약 40분이 소요된다.

구장리 에서 권덕리 까지 이어지는 낭떠러지를 따라 난 길이라 하여 낭길이라 이름 붙여진 이 길은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섬의 가장자리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청산도에서 모처럼 여유 있는 걸음걸이로 슬로길 여행을 시작했다가 자기도 모르게 습관처럼 걸음이 빨라졌다는 당신, 다시 한 번 숨 고르기를 하고 낭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낭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랑길과 닮아있다. 하지만 둘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걸었던 길이 사랑길 이라면 발아래 푸른 바다가 빚어내는 절경을 보며 걷는 길인 낭길은 홀로 묵묵히 오감으로 느끼며 걷기를 권한다.

푹신푹신한 흙길과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바다가 선물해주는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 숲속의 새소리, 초록빛 울창한 숲, 멋지고 아름다운 절벽들은 4코스 길을 오감으로 느끼며 걸으라는 이유들이다.

낭길은 돌담장을 끼고 돌아 길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시작된다. 안내도에는 따순기미와 바람구멍에 대한 표기가 되어 있다. 바람구멍은 오래전 돌을 쌓아 만든 길에 생긴 구멍인데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곳으로 슬로길에 젖은 땀을 식힐 수 있는 곳이다. 청산도 어르신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로는 시집을 못가거나 임신하지 못한 여자들이 이 앞에서 치마 밑으로 바람을 넣으면 소원한 일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바람구멍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소원을 비는 것도 좋겠다.

바람구멍 앞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는데 그것도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 바람구멍은 자칫 그냥 지나치기가 쉬워 보물찾기처럼 바람구멍을 찾는 다면 낭길은 여행자들에게는 재미나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내 속에 있는 모든 감각인 오감이 낭길에서 만족을 할 때 바람구멍을 찾아 나설 때는 오감 외에 육감 까지도 만족을 해야 할 터 그 또한 낭길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따순기미는 해안 절벽을 바라보며 걷다가 산 속의 느낌이 나는 길로 들어서는데 추운 겨울에도 바람을 막아주는 지형으로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곳으로 여름에는 울창한 숲속의 느낌 때문에 시원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길은 아찔한 절벽, 푸른 바다를 계속해서 바라보며 걸을 수 있고 외길이어서 오로지 길만을 느끼며 걸을 수 있어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또한 슬로길의 파란화살표는 묵묵히 홀로 걷는 이에게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고 다독여주는 친구처럼 함께 하는데 유독 낭길에선 그 화살표가 더 정이 간다. 걸어보시라, 지극히 공감할 것이다.

슬로길은 신작로 길이 생겨나고 자동차가 다니기 전에 너나없이 걸어야만 했던 시절에 마을사람들의 통로였다.

낭길 역시 마을의 장정은 지게를 지고, 아낙은 광주리나 보따리를 이고 넘나들며 여름날엔 바람구멍에서 잠시 머무르며 시원한 바람으로 고단한 시간들을 달랬을 것이며, 겨울에는 따순기미에서 잠시 추위에 벗어났을 것이다.

순박한 삶들이 수도 없이 이 길을 지나치며 바라보았던 풍경 속에 당신이 걷고 있다. 저 앞에 이 길의 끝인 권덕리 마을이 보인다. 멀리 마을을 지켜주는 호랑이가 버티고 있고 말탄 바위가 그 앞으로 펼쳐진다.

다시 시작이다. 호랑이와 용이 있는 범바위길과 용길이 당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