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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람은 기회가 없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 배민서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7.18 13:37
  • 수정 2016.07.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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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서(호스피스 간호사)

2년 전에 새해를 맞아 마음에 품었던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 한 구절은 날이 갈수록 강렬하게 내 가슴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Live as if you were to die tomorrow
Learn as if you were to live forever.
  - mahatma Gandhi -

텍사스 카운티 암 병동에서 근무하는 나는 지난 토요일에도 호흡곤란으로 새파랗게 질려가는 환자의 응급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했었고, 전이된 말기 암 환자에게는 암 닥터와 함께 마지막을 예견 해 주어야 만 했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들은 너무나 간절하고 애절하기만 하다. 어린시절에 나는 인형 그리기를 좋아 했었다. 종이에 인형과 다양한 패션의 옷들, 모자 그리고 핸드백까지 그려내 가위로 곱게 오려서 친구들과 인형놀이를 즐겨 하곤 했었다. 그 때에는 시중에 종이 인형이 나오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나에게 인형을 그려 달라고 부탁하던 친구들도 꽤 많았었다. 우리 형제 자매들 중에서 제일 공부도 못하고 느리고 게을렀던 나는 언제나 똑똑하고 탐정같던 언니의 검열망에 걸렸다.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늘상 노트장을 뜯어 낙서를 하거나 인형을 그려대는 나를 언니가 봤을 때에는 분명 '문제아' 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 꿈에 대한 갈망들을 종이에 그리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훨훨 날아 다닐 수 있게 했었던 것 같다. 완도읍 1구에 있는 단칸 셋방에서 살고 있을 때에 나는 현관에 마루가 있는 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 이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나는 현관마루를 종이에 그렸고 작은 화분도 몇 개 그려 넣어 함께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나는 그런 집에서 실지로 살게 되었다.

미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모지스 할머니. 본명은 애너 메리 로버트슨 Anna Mary Robertson, 1860-1961이지만 모두가 그녀를 모지스 할머니 (Grandma Moses) 라고 부른다. 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미국인들에게,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은 전원마을의 따사로운 풍경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잠드는 아이들까지, 보통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 보는 이들에게 저절로 미소를 띠게 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그녀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모지스 할머니는 72세에 남편을 잃고 관절염까지 생겨 즐기시던 바느질을 못하게 되자 75세 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다. 그녀는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까지 총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놀라운 것은 그 중에 250여점이 100세 이후에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는 오십을 넘긴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었다. 남편의 사망과 관절염이라는 위기의 순간에 시작한 '그림그리기' 그리고 100세 이후에 250점 이상의 작품을 남길 정도로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열정적 이셨던 할머니...

나도 어릴적 부터 꿈꾸었던 '그림그리기' 를  얼마 전에 시작 하였다. 모지스 할머니에 비교 한다면 나는 늦은 것이 정말 아니였다. 할머니는 “진정으로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이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때” 라고 말씀 하셨다. 이처럼 청년이란?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아닐까?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무언가를 도전할 수 있는 우리는 아직 청춘이라고 소리높여 외치고 싶다.

"위대한 사람은 절대로 기회가 부족하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에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