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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자란 아이들

도서관 이용자 수기

  • 서원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7.11 10:21
  • 수정 2016.07.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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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막 이사를 온 낯설었던 완도에서 아는 사람 없는 저희 모녀에게 갈 곳이라고는 딱히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문화센터도 없고 놀이터도 없는 곳이라 같이 놀 또래 친구도 없는 외로운 아이에게 “그래 책을 보여주면, 그냥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완도군립도서관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도서관을 우리만의 비밀아지트처럼 이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와 저희 아이는 정말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습니다. 몇 시간이고 조용히 보낼 수 있는 그 공간에서 읽어도 읽어도 계속 보이는 좋은 책과 시간을 보내기에 정말 딱 이였지요!

도서관이 끝날 시간 쯤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나올 때처럼 뿌듯하고, 어깨가 으쓱 거려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거의 매일 도서관을 이용하다 보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을 보는 시간과 양도 늘게 되었고 좋아하는 책도 생겼는데, 4살 아이 눈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디즈니의 ‘백설 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 예쁜 공주 시리즈였습니다. 당시 도서관에 근무하던 사서 선생님은 우리 아이에게 “또 공주 삼총사 빌려가네~ 싸인 미리 받아나야겠다. 책 많이 보면 훌륭한 사람 된다는데~.” 지금도 저희 아이는 그 공주시리즈 책을 보면 사서 선생님이 해 주셨던 말이 생각난다고 하였습니다. 저희 아이에게 도서관은 단순 책만 보는 곳이 아니였습니다.

벚꽃이 만발하여 작은 꽃잎이 휘날리는 봄날에는 도서관 옆 공원 계단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고,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날에는 도서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고목나무의 큰 그늘 아래 벤치에서 소풍 왔다며 김밥을 맛있게 먹던 추억도 있습니다.

어느 늦가을 날 도서관 선생님이 먹어보라고 아이의 손에 쥐어 줬던 작은 열매는 나중에 커서 알게 되었지만, 뗏밤이라는 고소한 견과류로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큼 좋아하게 되었고, 담벼락 부근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산딸기 따먹는 재미도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큰아이에게 도서관은 머리에 지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마음이 자랄 수 있게 배움이 가득한 곳이 되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큰아이에게 도서관 가는 것은 가장 즐겁고 재미있어 하는 활동 중 하나가 되었고, 5살 터울 동생 역시 이런 태도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누나처럼 가장 좋아하는 책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찾아서 먼저 읽어달라고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주제인 괴물과 자동차, 돋보기 책 순으로 자신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워갑니다.

요즘엔 도서관 토요 강좌에서 배우고 있는 “주산”도 재미를 붙여서 강의가 끝나고 아이와 손을 잡고 집에 돌아올 때 “엄마, 오늘도 너무 잘해서 주산에서 사탕 4개 받았어요!” 하며 자신감 넘치는 자랑을 할 때면 정말 이렇게도 고마운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가족이 완도군립도서관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새 책”이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어린이자료실은 매주 새로운 책들이 가득해서, 우리 아이들의 지식 놀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희망 도서 신청도 정말 잘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신청한 도서가 들어오는 날이면 생일 선물 받은 것처럼 좋아하며 몇 권이고 그 자리에서 다 읽겠다는 집중력을 보입니다. 아이들의 이런 좋은 습관은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의 이용자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현재 저희 집 첫째는 12살, 둘째는 7살로 각각 도서관과 10년, 6년을 함께 커가고 있습니다. 책을 보며 크는 아이들은 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저와 저희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늘 열려있는 곳!  
아이들 손을 잡고 어디 갈까 고민, 망설이지 마시고 완도군립도서관으로 가보세요. 좋은 책과  늘 웃어주시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이 반겨 주실 것입니다.